김창락 화백 40년 전 그린 '반구대암각도' 발견
김창락 화백 40년 전 그린 '반구대암각도' 발견
  • 최경호 기자
  • 승인 2018.10.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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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의식을 행하는 선사인들의 모습을 유화로 표현
김창락(金昌洛) 화백이 40년 전 그린 반구대 암각도 유화.

[울산시민신문] 한국적 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창락(金昌洛) 화백이 40년 전 1978년에 대곡천 계곡 반구대 인근 수직 절벽에서 바위그림을 새기고, 제의의식을 행하는 선사인들의 모습을 유화로 그린 '민족기록화' 한 점이 발굴됐다.

김창락(1924∼1989) 서양화가는 일본의 무사시노미술대학(武藏野美術大學) 졸업하고, 1962년 '사양(斜陽)'으로 국전 대통령상을, 1964년 파리 르 살롱전 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울산대 교수)는 300호 크기의 대형 캔버스에 그린 김창락 화가의  '울주 반구대 암각도' 회화 작품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울주 반구대 암각도'는 1992년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소장했으며 그 이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대여돼 1998년부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지금은 몇 점의 다른 민족기록화와 함께 연구원 대강당 복도에 '반구대 풍요제'라는 작품명으로 전시돼 있다.

'울주 반구대 암각도'는 대곡천이 흐르고 건너 각단의 거대한 수직암벽과 그 위에 지붕 같은 돌출 바위가, 아래에 너럭바위가 널려 있고, 멀리 한실 마을 방향에 암벽을 묘사하는 등 반구대암각화 주변 풍광을 현장감 있게 섬세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이 특별한 것은 캔버스를 꽉 채운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작가의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이다. 그림에는 60여명의 선사인들이 다양한 역할과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은 배로 절벽에 다가가서 절벽에 사다리를 놓고 바위그림을 새기고 보조하는 선사인이 10여명, 멧돼지가 제물로 마련된 제단 앞에서 여성 샤먼이 10여 명의 부족장과 함께 제의의식을 주제하고 40여명의 부족민들이 행사에 함께하고 있다.

민족기록화는 군사정부 시절인 1967년부터 1979년 기간에 JP(김종필) 주도로 문화공보부가 김기창, 정창섭 등 당대 최고의 동서양 화가들을 위촉, 우리민족의 국난극복과 경제발전상을 그림으로 표현, 영구히 보존하자는 계획으로 △전승 편, △경제 편, △구국위업 편, △문화 편 등으로 나눠 작품이 제작됐다.

민족기록화 작품소재는 국사편찬위원회에 위촉해서 뽑은 소재를 추진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선정하고, 소재에 따라 작가를 정한 후 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고증위원회와 수차례 협의 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제작비는 경제 편 작품이 점당 120~140만원인 반면 문화 편 작품은 점당 350~450만원으로 당시 서울의 웬만한 집 한 채 값이 될 정도로 높았다.

한편, 반구대암각화가 국보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에 민족기록화 문화 편의 소재로 선정된 것은 다소 의외다.

특히, 문화 편은 상대적으로 전체 위촉 작품 수가 아주 적었을 뿐만 아니라, 1971년 12월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팀에 의하여 발견되고, 민족기록화 문화 편의 위촉 대상 소재 선정 시점이 1973~1974년으로 발견 된지 2~3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윤주영 문화공보부장관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하는 등 반구대암각화의 보존에 관심이 많았고, 소재 선정과정에 김원용 당시 서울대 박물관장 등 사학자와 문화재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로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그림은 반구대암각화가 선사인들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면서 바위그림을 새기고 제의의식을 행하던 성소(聖所)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지만, 생생문화재 등 반구대암각화를 알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앞으로 반구대포럼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협의하여 울산에서 전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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