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비정규직, 출산휴가때도 아이업고 근무
KAIST 비정규직, 출산휴가때도 아이업고 근무
  • 이원호 기자
  • 승인 2018.10.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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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이 두렵다는 연구원 86.4%
김종훈 국회의원

[울산시민신문] 세계 일류대학이며 국책연구기관인 카이스트가 여성 연구노동자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노동 권리인 출산 휴가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이 공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KAIST 내 비정규직은 1854명(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2018 2/4분기 기준)인데, 여성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출산 휴가는 근로기준법상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근로자는 근로계약의 형태(정규직, 비정규직 등)와 관계없이 누구든지 청구해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러한 출산휴가에 대해 카이스트는 100% 보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비정규직 연구노동자는 출산 휴가를 내려고 해도 대체인력을 배정받지 못해 현실적으로는 출산휴가를 활용하지 못하는 있는 상황인데, 이는 비정규직 연구노동자의 인건비를 교수들의 개인과제 연구비에서 부담하게 하는 전근대적인 임금지급 체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연구노동자가 실제로 출산 휴가를 신청한다 해도, 자기의 급여를 삭감한 다음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급하는 경우, 90일의 출산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거나 출산 휴가 중에도 자택에서 업무를 계속하는 경우, 대체 인력이 없이 동료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떠맡겨지는 경우, 출산 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비정규직 연구노동자들은 출산휴가 걱정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다고 토로하고 있다는 것.

실제 민주노총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카이스트 비정규직을 상대로 실시한 "출산휴가 설문조사 결과보고서(2018.10)"를 보면 출산 휴가 실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설문에는 비정규직 연구노동자들의 33.3%는"출산휴가를 받은 다음 급여가 삭감됐다", 39.3%는 "휴가를 받더라도 집에서 일을 했다", 응답자의 절반은"대체인력 인건비를 출산휴가자 본인 인건비에서 지급했다"고 답했다. 

근무 10년차 A 비정규직 연구원이 김종훈 의원실에 증언한 내용에 따르면 근무 3년차가 됐을 때 재직 중에 임신을 했고 임신사실을 교수에게 말했더니, "교수는 3개월 출산휴가는 가능하지만 대체인력을 인건비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옆자리 직원에게 급한 업무를 부탁하고 재택업무근무를 하면서 나머지 일은 출산휴가 후 제가 하는 방법으로 권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여러 가지 상황 상 업무의 과중한 부담감과 또 다른 직원들에게 심적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마음에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다시 1년 후에 생계 때문에 재입사를 했을 때 동일 업무를 하는 데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다시 초임 연봉으로 고용계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B연구원은 "카이스트에서 18년간 근무하고 늦은 나이에 결혼해 어렵게 임신을 했는데 기존 1년씩 계약하던 것을 6개월만 계약하자고 했다. 당시 출산 휴가도 못가고 해고될 까봐 어쩔 수 없이 6개월만 계약을 했지만, 6개월 후에 잘릴까봐 제 업무는 정규직 신입사원과 계약직 직원에게 인수인계를 했다. 대체 인력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B연구원은 "복직 3일 후에 팀장이 인수인계한 계약직 직원과 저를 비교하며 둘 중에 한명은 없어도 된다. 그러면서 저에게 인건비가 얼마나 들어가는 줄 아느냐. 일하는 거 봐서 12월 이후에 계약하겠다며 4개월간 계약을 했다"면서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을때 정말 모멸감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은 "세계 일류라는 카이스트의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관리시스템은 전근대적인 삼류 수준이다"고 지적하고 "카이스트는 이번 국감을 계기로 비정규직 연구노동자 실태조사를 한 다음 연구노동자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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