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미의 五德
[칼럼] 매미의 五德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8.10.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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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이 지나면서 아침이슬은 더욱 맑고 눈부시다.

곡식이 익고 과일이 단 맛을 내려면 이슬이 더해주어야 하고 사람이 성장하고 깊어지려면 눈물이 필요하다. 생성 경로는 다르지만 정적을 수련하고 완성도를 높이려는 강한 의지다.

표면적으로는 불필요한 물질이라고 하겠지만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며 이와 더불어 사과밭을 가로지르는 상큼한 바람과 나뭇잎 배를 띄워 흐르는 냇물은 소요로운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맑게 해주는 고마운 벗들이다.

국감이 진행 중인 요즘. 정계, 기업, 교육계, 공무원 등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가 벌레 파먹은 듯 구멍 나고 얼룩져 국민들의 상처는 붉은 단풍잎처럼 선명하다.

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의 청렴국가 순위는 체코와 함께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8위에 올라 매우 높은 청렴국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하위권에는 헝가리, 터키, 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하다. 경제, K-POP등 문화 분야에서 보여 지는 세계적 위상에 비하면 이러한 순위는 매우 낮은 실정이며 부끄러운 현실이다.

한국의 비틀즈라 일컬을 정도의 위대한 청년들이 세계를 누비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것과 정 반대로 각종 비리로 불명예의 과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유치원 앞에도 비리라는 얼룩진 수식어가 붙는 것을 보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부정부패의 교착상태에 빠진 우리나라가 청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나 간 여름 매미가 가르쳐준 오덕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조선시대 임금님들은 곤룡포를 입고 매미 날개 형상의 익선관 (翼蟬冠)이라는 관모를 썼다고 한다. 익선관은 한자대로 풀이하면 '매미 날개 모자'이다. 매미 날개와 임금님은 어떻게 보면 무게와 분위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익선관은 임금이 백성을 다스릴 때 항상 매미의 오덕(五德)을 잊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첫째,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을 짓지 않는 검소함 (儉), 둘째, 맑은 이슬과 나무 진액만 먹는 맑음 (淸), 셋째, 농부가 땀 흘려 가꾼 곡식을 헤치지 않는 염치 (廉), 넷째, 매미의 입이 선비 갓끈 같으니 항상 배우고 익히는 자세 (文), 다섯 째,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춰 죽는 신의 (信) 등이 오덕에 해당한다.

임금님과 매미 날개 모자 사이에는 백성을 위해 꼭 갖추어야 할 정신이라는 연결고리가 항상 함께 했던 것이다.

또한 당태종의 정관정요에서도 공직생활에 필요한 3가지 비결 가운데 가장 먼저 ‘맑을 청’을 든 것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근절하기 위해 많은 기관과 제도를 두고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의 성정은 부정부패를 충분히 근절하고 바꿀 수 있는 바른 마음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몸을 돌려 앉으면 방위가 바뀌고 명암이 달라지고 상하 또한 바뀐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면 모든 것이 그 뒤를 따르는 법이다.

발전에는 항상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도전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실수는 필연적인 과정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실수가 없는 것이 아니고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 실수에 대한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바른 태도와 그에 대한 처리와 대응인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인처럼 권위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대다수가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기는커녕 덮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는 소인배의 행동과 다름없다. 우리 인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 더욱 성장하기도 한다.

'天' 이라는 글자를 보면 '二'에 '人'이 그려져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우리 인간은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두 사람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양면성 중에 악의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지속적으로 자정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매미의 오덕을 갖출 수 없다.

부정부패도 청념도 자신의 마음속 양심이라는 그릇에 담겨있어 본인이 알고 느끼고 있어 얼마든지 스스로 채찍을 들고 곧게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본인의 양심을 자신이 속이고 있으며 스스로 채찍질 할 마음과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구조에서 애민보다는 정략적이고 권력욕의 이기주의에 치우친 정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선거 기간의 그 낮은 자세의 초심으로 되돌아가보면 모든 답이 숨겨져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청념의 길로 가는 길은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양심의 거울을 꺼내어 다시 닦고 자신을 비추어 보면 가을하늘처럼 빛날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가을, 그 소중한 마음을 꺼내 펼쳐보는 용기가 오덕의 첫 행보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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