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차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으로'
[칼럼] '차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으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8.11.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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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가을이면 얼굴을 베낀 햇살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 흩어지는 바람의 불시착에 날아드는 갈색 문장들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은 더 많다.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색깔의 은행잎과 단풍잎을 주워 화석이 될 때까지 책갈피에 꽂아 두었던 그 선한 마음은 가을 낙엽처럼 퇴색되어 간다.

이런 안타까움이 현 시대에 투영되어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가 쉬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좌절하고 사립 유치원 비리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서 치유해야 할까?

요즘 빈번한 대형사고, 각종비리에 경제 불황까지 겹쳐 유난히 암울하고 팍팍한 삶에 짓눌려 있다. 지도층과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접고 반사적으로 남북 평화 분위기에 잠시 편승해 씁쓸한 기분을 달래보기도 하지만 쉽게 사위어지지 않고 바닥에 떨어지는 가을 문장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현재 북한의 체제 아래서 평화와 통일은 한계가 있어 쉽게 해결될 것을 기대한다면 큰 위험에 봉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 많은 에너지와 희망을 소모하는 만큼 내치를 등한시한다면 그에 따른 역효과도 생각하면서 평화의 기조를 잘 조절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참된 리더십에 목마른 국민들에게 국가는 과연 무슨 대답을 해주고 있는가? 라는 물음표를 단다면 그 대답은 집권세력에 협조한 일부의 지지 세력을 만족시키는 손쉬운 치정을 해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를 해 보기도 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것은 경제위기이며 민생이다. 경제와 민생이 근간이 되지 않는다면 안보, 외교정치는 우리의 삶에 크게 와 닿지 않으며 뚜렷한 희망이 되지 않는다.

'충'은 의리다. 무릇 지도자란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국민을 향해야 한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지도자는 따뜻한 인간미와 준엄함을 겸비한 리더,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리더십, 혼의 정신으로 무장한 프로페셔널이 두루 갖추어져야 존경받는 리더라 할 수 있다.

조선 건국의 철학자요, 혁명가인 정도전은 ‘만일 인군이 천하 만민의 인심을 얻지 못하면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긴다. 인심을 얻으면 백성이 복종하지만 인심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인군을 버린다.

백성이 인군을 버리고 따르는 데에 있어서는 쥐꼬리만 여지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민심을 얻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며 도에 어긋나고 명예를 손상시키면서 얻는 것도 아니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시키는 마음가짐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으며 '차마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철학적 기반을 망각해서는 리드로서의 존경을 기대 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정치인이 정략적 계산을 해 보는 것을 탓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정치는 어떤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살리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정치이고 나라의 미래를 보장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차마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으로' 정치를 행하는 마음이 절실한 때이다. 그런 까닭에 서로의 이상과 철학이 달라도 노선만은 국민을 향한 길임을 분명하게 하고 여,야가 하나의 방향으로 협치 해야 한다.

현 정부는 자립형이 아니라 주변의 옹립으로 탄생한 정부라 정책결정 과정에서 그만큼 지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자립형이든 옹립이든 그 이상이 다를 수는 없다.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국민을 살리는 길이고 나아가서는 존경받는 리더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여 노란 은행잎의 기억이 퇴색된다 할지라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한 모순덩어리의 집합체여서 수직과 수평의 평탄치 않은 삶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국가적으로 잠시만 멈칫거려도 도태되는 치열한 세상에서 국민 또한 냉엄한 변화의 파도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만회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앞으로의 경제정책을 잘 조율해 나가기를 바란다. 

은행나무 가지가 우리의 냉엄한 현실처럼 제법 엉성하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나누며 협치 할 때이다. 그러나 국회는 새해예산과 수많은 민생입법을 미뤄둔 채 또 다시 파행으로 얼룩졌다.

불과 몇 일전만 하여도 초당적 협치를 약속하였지만 기싸움만 일삼는 여, 야는 어떻게 함께 잘 사는 포용사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의문스럽다. 민생을 살리는 정치, 나라의 내일을 위하는 정치에 한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차마 어찌할 수 없는 간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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