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익숙함을 넘어 새로움을 향해
[칼럼] 익숙함을 넘어 새로움을 향해
  • 이두남
  • 승인 2018.12.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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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가을꽃이 더 향기롭고 애착이 가는 것은 한동안 꽃을 못 볼 것이라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계절의 윤회는 어김없이 질서를 지키고 동면의 고행을 위해 긴 묵상을 준비한다.

겨울이 되면 수많은 형태로 동면을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로수는 짚으로 만든 치마를 두르고, 호수는 겨울왕국을 준비하고, 배추는 허리띠를 졸라맨다.

배추는 한동안 속을 채우기 위해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고 적당한 값을 매겨 노란 속내를 보여주기 위해 반으로 잘라 보기 좋게 진열하고 오일장에 선을 보인다.

오전에는 몸값 비쌌던 배추가 짧아진 해거름에 날은 추워지고 반값으로 추락하고 만다. 쓸 돈이 없는 손님들 탓인지, 장사를 못하는 농부의 탓인지, 농부의 마음은 겨울 해거름만큼 쪼그라든다. 인심 좋은 오일장에도 실물 경제지표가 반영된 것일까?  

미국, 중국의 관세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경기침체에 이어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주요 강대국들이 이러할진대 한국 경제만 독야청청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 IT 강국으로 정보통신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손꼽혔지만 지금은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했고 어떤 분야는 기술력이 이미 추월당했다.

자동차의 수출마저도 노사가 분열하는 사이 중국에서는 완전히 밀려버렸고 미국에서는 관세폭탄으로 발목이 잡혔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엇박자를 내어 한동안 회복되기 어렵다는 기우다.

그렇지만 경제운용 방향에는 졸속을 피해 심도 있는 대안을 검토한 다음 민생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 흐름을 호전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종합대책이 처방되어야 한다. 미래 청년실업과 장기적인 경제지표 대책의 근원은 활기찬 기업의 생산성과 글로벌 제조 경쟁력확보에 있다.

4차 산업의 활로를 위해 기업의 체질개선이나 연구, 신제품개발, 이미 축적된 원전산업의 특화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정부와 경제부처가 일심단결해서 헤쳐 나가도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에 놓여 있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30미터 전방도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 불투명한 상황을 잘 견인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서비스업을 집중 육성시키고 수출에만 의지하는 경제정책을 바꿔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의 성장에 다시 한 번 역량을 모아 아랫목의 온기를 구석구석 퍼트리는 노력도 요구된다. 그렇다고 양적 성장과 단기성과에 급급해서는 안 되고 내수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회복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지난 경제팀의 엇박자를 새 경제팀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연주하여 제대로 된 성과를 내 주길 국민들은 기대한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1980년대까지 급속적인 성장을 이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은 출산율 저하에 저금리, 정치혼란, 시장경제의 장기침체 등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은 그 위기를 무사의 일화처럼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기는 어렵다. 세 개의 정책을 한꺼번에 추진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관성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제를 살렸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 위태롭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선조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을 잊지 않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실추된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과 새로운 신산업 동력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 더 큰 힘을 실어 주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이구동성으로 한숨 섞인 아우성이다. 언제쯤 경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추운 겨울을 이겨내면 따뜻한 봄이 오는데 우리의 봄은 요원한 느낌마저 든다. 
모두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당리당락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모순이 있을까?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국민들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비록 현재는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지만 지난 반만년 역사에도 나타나듯이 이보다 더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민족이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누가 보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소임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사람들이 모여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것이고 다시 새로운 차원의 미래를 열어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익숙함과 결별하고 변화와 혁신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서로에게 깊은 희망과 공감을 보낸다. 마션을 향한 꿈을 실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시 첫걸음을 뗀 것처럼 익숙함을 넘어 새롭게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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