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출장길에
  • 이시향
  • 승인 2018.12.2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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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출장을 간다. 7시 23분 KTX를 타야 해서 컵라면 하나 먹고 서둘러 출발했지만, 시간은 늘 넉넉하지 못해서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오랜만에 혼자 가는 출장이라 마음은 편한데 긴장 되고 길치라 얼마나 헤맬지 걱정이다.

기차 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을 두드리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얘기를 주고 받는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는 창밖은 겨울이 눈으로 내린다.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자 눈발은 함박눈으로 변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 휴대폰으로 순간을 추억으로 저장한다.

다시 출발하는 기차 의자에 기대 뉴스를 읽는데 서울에 눈이 많이 온다는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의 "삶의 무게"라는 사진에 눈이 딱 멈췄다.

눈이 펑펑 내리는데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폐지를 수레에 싣고 밀고 가는 풍경이 나에게는 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소똥구리로 보여 가슴 먹먹하다.

시를 한 편 쓰고 싶어 제목은 소똥구리로 써놨는데 저 사진에 걸맞은 시가 써지지 않아 한참을 제자리에서 망설이던 펜이 서울역 얼마 남지 않아 굴러간다.

기차가 멈추고 내 글쓰기도 멈췄다. 우산을 살까 고민하다 펑펑 내리는 눈 속으로 걸어간다. 혹시나 사진 속의 풍경이 보일까? 멀리 까지 두리번거리며 올해 첫눈을 서울에서 맞으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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