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칼럼]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 이두남
  • 승인 2019.03.27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기다렸던 봄이 온통 미세먼지로 덧칠 되는가 했더니 어느덧 화사한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언 땅을 비집고 나와 드디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부드러운 봄날 한편의 따뜻한 일화가 생각난다.

모스크바 광장에서 한 소경 걸인을 만났다. 날씨가 무척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얇은 옷만 입고 있었다. 광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리면 떨리는 목소리로 구걸을 시작했다.

그 모습은 딱했지만 모스크바에 그런 걸인은 수없이 많았기 때문에 그에게 특별한 동정이나 인심을 베푸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참을 바라보던 한 행인이 있었다. 그가 소경 걸인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 역시 가난한 형편이라 그대에게 줄 돈은 없소. 대신 글을 몇 자 써 줄 테니 그걸 몸에 붙이고 다니면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오." 그는 종이에 글을 써서 거지에게 건네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며칠 뒤 그는 친구와 함께 모스크바 광장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걸인이 다가와 그를 붙잡았다. 소경 걸인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전과는 달리 그가 적어 준 글 덕분에 깡통에 많은 돈이 쌓였다는 것이었다. 조용히 미소 짓는 그에게 소경 걸인과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무슨 글을 써 주었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일화이다.

모스크바 광장을 지나며 이 글을 만나는 사람들은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라도 곧 따뜻한 봄이 오리라는 희망과 용기를 얻고 그 어떤 말보다 보드랍고 따뜻함이 마음속에 전해져 큰 위로가 되었기에 그 보답으로 동전을 넣은 것이리라.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세상사는 지혜이며 진리이다. 

'노자는 물이 지니고 있는 것 중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모든 것을 받아주는 포용력,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바위를 뚫는 끈기와 인내, 장엄한 폭포와 같은 용기, 마침내 바다를 이루는 대의’를 인간 수련의 으뜸으로 보고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이 물 (上善若水)이다' 라고 했다.

물보다 약한 것은 없지만 강한 것을 이기는 것 또한 물을 당할 것이 없다. 

훌륭한 무사는 힘을 드러내지 않고 잘 싸우는 사람을 말한다. 이는 성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함부로 남과 다투지도 않고, 남에게 항상 겸손하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그를 존경하고 믿고 따르는 것이다. 

우리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법칙을 잘 이해하거나  믿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실 이를 알고는 있지만 실행하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발언이 그러했다, 그는 지난 12일 연설 중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낮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  국민의 머릿속까지 통제하려는 문 브라더' 등 수위 높은 독설을 쏟아냈다.

가까스로 정상화 되었던 국회는 아수라장이 되어 20분간 중단되었고 그 다음날 더불어 민주당은 나 대표를 국민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한 더불어 민주당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도핑검사 시급'에 이어 '일베 방장'등 막말을 쏟아 냈고 더 충격적인 것은 이해찬 대표가 '나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발언까지 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 불 시대에 접어든 일본의 그 당시와 작금의 우리가 닮아 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그들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교육, 민생,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혼란에 휩싸인 정국을 제대로 방향을 잡고 과오 없이 국정을 안정시켜 가야한다.

그러나 추락하는 날개처럼 충돌하고 있어 정국은 얼어붙고 국민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음을 깨닫고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지금은 여야 모두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100년 전의 우리 선조처럼 지혜를 발휘하여 국정을 다스려야 할 때이다. 또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촛불민심을 잘못 읽고 함부로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보아야한다. 

소리가 난다는 것은 불안정한 상태이며 불안정한 상태를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파열음이다. 

두 개의 물건이 부딪히면 소리가 나는 것은 둘 다 강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이 부드러우면 소리를 낼 수 없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양보하는 사람이 욕심 많은 상대를 감동시킨다. 강한 발언에는 부드러움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은 참고 참아라, 의회는 민주주의의 마지막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을 지켜 달라. 모든 판단은 국민들이 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중재했다.

그렇다. 연설을 중단시키지 않더라도 국회를 박차고 나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반론의 기회는 있을 것이고 고성이 오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다.

한겨울의 차고 거센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얼어붙었던 땅속에서 당당히 피어나는 들판의 풀처럼, 천 길의 계곡을 두려움 없이 흘러 끝내 바다에 이르는 물처럼 세상을 이기는 지혜는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이다.

어머니의 품속 같이 부드러운 봄이다. 강한 겨울을 이겨낸 봄처럼 부드러움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모든 국민들이 따뜻한 봄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