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향기 있는 삶
[칼럼] 향기 있는 삶
  • 이두남
  • 승인 2019.04.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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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검고 딱딱한 바탕의 켄버스에 아래에서 점점 위로 화사한 색감을 연출한다.

이런 거대한 구상은 물론이고 모든 풍경의 색감을 시시각각 지워내고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어떻게 다할 수 있는지 자연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짙은 일조량이 절실한 나무들은 한줄기 햇살이라도 더 스며들 수 있도록 스스로 잎과 꽃의 영역을 넓혀서 보는 이의 시각을 채워주고 아침마다 행복한 대화를 시도 한다.   

이 그림은 사람이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의 극치다. 자연의 섬세한 손길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처럼 자연에게서 느끼는 감동만큼 값지고 향기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뭔가를 주우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그것을 본 경찰관이 미심쩍게 생각하여 물었다. 경찰관은 어제도 이 노인이 뭔가를 주우며 걷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줍고 계신가요?" 경찰관이 묻자 노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보여 드릴만한 것이 못됩니다만,.." 더욱 더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관은 억지로 호주머니 속을 조사하려고 했다.

노인은 할 수 없다는 듯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유리조각이었다.

경찰관이 물었다. "이것을 주워 무엇을 하려고 하십니까?" 그러자 노인은 "만약 아이들이 밟으면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줍는 것이지요." 라고 말하며 평소처럼 유리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이 노인이 바로 불세출 (不世出)의 대교육자 페스탈로치였다.

그 행위 자체는 작은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면에는 타인을 위한 섬세하고 아름다운 배려가 내포되어 있다. 페스탈로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 아주머니였다.

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페스탈로치 아버지는 임종 직전 학력도, 가진 것도 없는  파출부 아주머니에게 자식과 자신의 아내까지 부탁하고 돌아가셨다. 놀랍게도 책임감과 도덕성이 강한 파출부의 손에서 자란 이 아이가 바로 페스탈로치의 성장 배경이다.  

한편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대방이 무심코 내 뱉는 말이나 작은 행동에도 큰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새로운 문화 권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1인 방송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거나 박수를 받기도 한다.

때로는 거짓 정보나 정제되지 않은 원색적인 말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대중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그 과정은 어떤 문제를 자신의 개인적인 사고로 재편하고 자기의 주장만 고집하여 이를 통제하지 않고 표출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송 콘텐츠개념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것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구성원은 각각의 생각에 이들의 생각을 입혀 더욱 자신이 원하는 것만 강하게 확신을 갖게 되고 자극적인 충동으로 편향되는 경우가 많아 계층 간의 간극은 더 균열이 심해지고 대립과 대결 구조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 틈새를 정치인들은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큰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다.

5.18 망언에 이어 어떤 얄팍한 국회의원은 SNS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식의 죽음을 '징하게 해쳐 먹는다.'라고 썼다. 이는 남의 아픔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슬픔을 무참하게 짓밟는 망언이다.  

자연이 그려놓은 아름다운 그림 위에서 우리는 왜 갈수록 피폐해지고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자연과 점점 거리를 두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 된다. 꽃의 마음을 외면하고 꽃의 향기를 잊은 사람에게는 사람으로서의 따뜻함과 인정도 메말라 갈 수 밖에 없다.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은 없는지 스스로 정화 능력을 배양하고 정의롭고 향기롭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톨스토이는 진리에 목말라하며 늘 삶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금 자신의 삶이 최선인가' 자문하며 고뇌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각자의 이기심이 깊게 침투되어 타인의 생각이나 슬픔에는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현실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감정은 적절하게 조절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경청하며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성되어야 한다.

큰 바다에는 무엇이든 들어가서 자유롭게 노닐지만 작은 연못에는 큰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드넓은 마음을 가져보는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이 순간에도 자연의 손길은 소생과 희망의 그림을 쉼 없이 그리고 있다. 이 봄, 답답한 마음에 연록색이 스며들고 옷깃에 향기가 베어들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넉넉한 가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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