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산은 나를 보고
[칼럼] 청산은 나를 보고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9.05.0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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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꽃이 진 자리에 아문 상처를 덧대고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초록으로 되살아나 그 싱그러움으로 가슴 설레는 5월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초록이 길을 열어 주고 새들의 애창곡이 귀를 맑게 하는 상징적인 오월로 초대됐다.

희망의 5월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정상적인 흐름을 위하여 쉼 없는 노력과 아픈 사연이 함께 했을 것이다.

참치에게도 말 못할 슬픈 사연이 있다. 참치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헤엄을 친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금빛 물결 일렁이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감상에 잠겨보거나 친구들과 세상구경을 하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오거나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참치는 아가미를 여닫는 기능이 없어 헤엄을 멈추는 순간 산소를 공급할 수 없어 죽고 만다. 그래서 참치는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몸이 아파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려야 한다.

참치는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고 헤엄치지만 물질만능주의의 경쟁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멈추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두려운 까닭에 쉼 없이 나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치열한 생존의 피라미드를 떠받치며 점점 좁아지는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을 느끼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 삶이다.

벽돌을 쌓을 때는 한 장 한 장 한 줄씩 쌓고 그것도 몇 줄 쌓아 올렸으면 더 이상 쌓기를 멈추고 쉬어야 한다. 쌓아올린 벽돌이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쌓는 것이다. 참고 기다리는 가운데 성숙해진다.

잠시 멈춰 서서 더 자세히 보고 더 많은 것을 듣고 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자연의 이치처럼 정상적인 궤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참고 기다리는 것을 외면하는 국회는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 미세먼지 매우 나쁨처럼 온통 잿빛이다.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해야 하지만 동물국회를 연상케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 야 국회의원, 당직자, 보좌관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고 몸싸움은 물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폭력 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했지만 그들이 만든 법을 스스로 어기며 그것마저도 무력화 시키고 말았다. 국회는 대화와 협의로 풀어나가야 할 민주주의의 장이다.

전쟁터에서도 수장들은 사신을 보내 물밑 대화로 접촉을 시도하지만 우리 국회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전쟁터보다 더한 무력충돌을 일삼았다. 급기야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쌍방 무더기 고소, 고발은 물론이고 거대 양당은 상대 당을 해산시켜 달라는 국민청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민낯은 참으로 흉하고 개탄스러웠다. 우리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민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쟁취와 정치생명에 사생결단으로 투쟁했다.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여, 야가 선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보이는 그들의 정치 생명에만 목숨을 걸고 싸운 흔적으로 얼룩져 국민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청산은 나를 보고 / 말없이 살라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 성냄도 벗어놓고 / 물 같이 바람같이 / 살다가 가라하네

말없이 살라하네 / 푸르른 저 산들은 티 없이 살라하네

드높은 저 하늘은 / 탐욕도 벗어놓고 / 성냄도 벗어놓고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고려 말 고승인 나옹선사가 지은 시의 일부다.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청산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어려운 숙제이고 큰 화두이다. 그러나 지금 선 자리에서 조금만 몸을 돌려 다른 풍경을 바라본다면 탐욕으로 가득 찬 마음에 살며시 초록빛 물이 들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혁입법' 패스트트랙은 통과되었지만 거대 양당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의 충돌을 연상케 한다. 서로가 근시안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민생문제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다면 싸늘해진 국민들의 마음에도 순풍이 스며들 것이다.

오월은 어느 자리에 서서 보아도 초록으로 눈부신 풍경이다. 속살을 하얗게 드러냈던 산은 초록으로 빼곡하게 채워 청산같이 살라한다. 비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이 나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화합하고 건설적인 타협을 해 나간다면 이 나라는 점점 단단하게 빈틈을 채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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