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리 대숲 도깨비 마을
십 리 대숲 도깨비 마을
  • 이시향
  • 승인 2019.05.3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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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투명해지는 감투를 썼는지

보이지 않는 도깨비를 만나려면

울산 십 리 대숲 마을로 가야 해.


초록빛 술렁이는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두 손을

나무처럼 펼치고

눈을 감고 상상하면 느낄 수 있어.


외다리지만, 왁자지껄 놀기 좋아하고

씨름을 좋아해서

서로 뒤엉켜 어깨 툭툭 부딪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불어라 뚝딱! 외쳐서

몇 천 마리 백로 찾아오게 해서

더위를 날려 보내며

새끼를 기르는 걸 도와 주기도 해.


겨울에도

따뜻한 바람 나와라 뚝딱! 외치면

추위에 떨던 시베리아 까마귀 떼

몆 만 마리가 날아와서

춤추며 따뜻하게 보내다 가도록 도와주지.


봄비 그친 오월

초록빛 넘실거리는 대숲에 가 보면

투명해지는 감투를 막 벗고

땅 위로 불쑥불쑥 머리 내민

낮도깨비들 만날 수 있지.


이때가 도깨비들이

가장 약할 때인데

사람들이 죽순이라며

몸에 좋다고 몰래 뽑아 가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해.


며칠 만에 쑤욱 커서

어른 행세하지만,

개구쟁이 도깨비들이 신나게 흔들리며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초록 공기가

울산을 숨 쉬게 하는 허파 역할을 하지.

 

[동화향기 동시향기 창간호 2019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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