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향기로운 사람'
[칼럼] '향기로운 사람'
  • 이두남
  • 승인 2019.10.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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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이사

계절은 어느덧 기세등등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그윽한 국화꽃 향기로 메마른 삶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고개를 들면 양떼들이 하얀 목화솜을 짓밟으며 하늘 초원위로 우르르 몰려가고 또 몰려오기도 한다.

다급하게 달려오던 길 잠시 멈추고 돌아보면 어느 사이 초록빛 초목들은 시름시름 성장통을 앓는지 이파리 끝으로 조금씩 다른 빛깔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은 이렇듯 바쁘게 살아가던 사람들을 불러 세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김종원 작가의 생각공부에 '지금 둘러봐, 살아있다면, 감각이 존재한다면, 그래 네가 꽃밭이라면, 모든 순간이 너의 꽃이야' '노력한 세월은 사라지지 않고 쌓이지'. 라는 말이 생각난다.

외모에 집착하면 늙어가는 주름만 보이고 재산에 집착하면 움켜진 손을 펴지 못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을날 향기로운 국화꽃과, 튼실하게 익어가는 결실을 보며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날들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저 나이 듦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을 차곡차곡 쌓으며 익어가고 향기를 내는 인생의 궤적이 아닌가 싶다.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 나눔의 기쁨을 배우며 익어간다는 것은 가을만큼 성숙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가을은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라 자신의 빛깔을 되찾는 때이고 폭넓은 마음으로 다양한 색깔의 옷을 갈아입는 이해와 관용의 시기다. 어쩌면 또 다른 청춘을 준비하려고 자신을 버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은 이상과 열정을 품고 있는 동안은 노쇠하지 않고 새로운 빛깔의 인품을 두루 갖춘다.  

산에 올라 '야호'를 외치면 그 음향이 33번 반사에 반사를 거듭해 되돌아온다고 한다. 이 법칙은 우주 만물에도 적용되어 남을 위해 하나를 축복하면 33개의 축복이 오고, 반대로 원망하면 역시 그 만큼의 숫자가 되돌아오기에 '메아리의 법칙'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축복과 원망 중에 어떤 메아리를 던지고 또 되돌아오기를 바라며 살아 왔을까?
어쩌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낮추거나 시기하며 힘들게 살아 왔는지 모른다.

국화꽃처럼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의 향기로 남에게 향기를 전하고 웃음을 전하며 살아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메아리가 되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와 태풍을 견뎌낸 초록 잎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감탄사를 자아내듯 우리 인생도 역경을 견뎌내고 그 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메아리의 법칙처럼 행복하게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하루는 그동안 사용한 말과 행동과 마음의 누적 효과여서 카드의 포인트가 누적되듯 오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어떤 말과 어떤 마음을 전해 줄 것인가에 따라 그와 같은 색깔과 깊이로 익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더 넓은 가을 들녘처럼 풍성한 삶은 얼마나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들판사이의 틈으로 난 여백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 듯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가졌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

풍요로운 삶이 물질을 많이 가지고 부족함 없이 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풍족한 물질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다. 비록 적게 가졌더라도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을 돕고 함께 나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 여백의 들녘처럼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가을이 가면 풍성했던 결실은 점점 사라지고 아름답게 익어가던 잎들은 다음 해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 스스로 떨어지는 길을 택한다. 이는 화려한 삶의 이면에 무소유의 자유를 갈구하는 자연의 표상이고 진리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타인에게 더 좋은 메아리가 전해지고 더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 가을에 어울리는 글귀를 떠 올리며 향기 있는 사람으로 익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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