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을이 깊어가는 시간
[칼럼]가을이 깊어가는 시간
  • 이두남
  • 승인 2019.10.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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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이사

[울산시민신문]  계절은 스스로 고쳐짐에 따라 그 흔적들이 깊어진다. 하나 둘 변하기 시작한 나뭇잎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그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스스로를 고쳐가며 자성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더 성장하는 나무가 됨을 암시한다.

이토록 가을은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는 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게와 색깔을 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성스러운 빈자 (貧者)의 길을 택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세상살이 역시 먼 시각에서 보면 아니 조금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응시하면 비움으로써 채워가며 하나의 색깔이 아닌 여러 색깔이 어울려 자연스럽게 물들어 가는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흑수저, 금수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사물로서의 금은 그 희귀성 때문에 경제적으로 우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흑수저는 그 반대다. 금수저는 흔히 잘 사는 사람의 상징적 표현이라면 흑수저는 그 반대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금수저만 있는 것도 아니고 흑수저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어울려 서로 도우며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공동의 선 (善)을 추구해야 한다.

세상에 금수저만 살고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반면 흑수저라고 해서 무기력하게 영원히 주저앉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과하게 또는 부도덕하게 많이 가지려거나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를 이용한 과도한 자녀사랑이 오히려 자녀의 인생까지 망가뜨리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흑수저, 금수저라고 나누어 그 가치를 판단하는 이 사회가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공정, 평등, 정의를 갈망한다.

최근 불거진 조국 사태를 목도하면서 금수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의 강도는 매우 컸다.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고착화 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지만 현 정부는 공정과 평등을 갈망하는 민초들의 촛불로 밝혀진 정부이기에 그 분노는 더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민초 즉 잡초처럼 강한 대부분의 평범한 국민들의 열망은 무시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심한 태풍이 불면 큰 나무들은 부러지고 쓰러져 죽어도 잡초는 쓰러져도 결코 죽지 않는다.

오히려 쓰러진 풀잎은 바람과 더불어 강한 의지로 이를 극복하면서 서로의 운명적 필연의 힘을 결합하며 유연하게 다시 일어선다. 그리하여 그들은 희망 찬 햇살과 하늘을 바라보며 정성껏 새로운 미래를 엮는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고 따뜻한 모습인가?

그러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는 정쟁에 매몰돼 협치는 온 데 간 데 없고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폭력과 막말과 무례와 비방, 억지 독설들을 비롯한 국회의 구태를 바라보며 국민들은 절망한다.

정치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안위와 정의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은 어디가고 당리당략에 치우친 그들이 스스로를 고치고 비우는 가을을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역경 속에서 더 엉겨 붙어 협력하는 풀뿌리처럼 운명적인 필연의 힘을 모아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 바란다.

'멧돼지가 금산을 비비면 금산은 더욱 빛을 발한다.'는 고사가 있다. 멧돼지가 자기보다 눈부신 금산을 시기하여 온 힘으로 들이받고 억센 털로 비비고 나서 이제 빛이 사라졌겠지 하고 돌아보면 금산은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는 뜻이다.

남의 훌륭함을 시기 질투하면 결국 자신은 비참해지고 오히려 그로 인해 남을 도우는 일이 된다는 뜻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조국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스러운 빈자의 길을 택하는 계절의 고침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또한 태풍 속에서 더욱 엉겨 붙어 협력하는 풀뿌리처럼 상대의 의견과 목소리를 인정하고 적이라는 생각 보다 운명적인 필연의 파트너로 여겨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 할 줄 아는 단결된 힘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 민족은 지혜롭고 재주가 많아 독창적인 한글을 만들고 이 한글로 인해 K-POP은 물론 한글을 배워야 미래를 점령 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글을 배우는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어떤 어려움도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하고 오늘날 선진국의 대열에 접어들었다. 그 지혜로움과 협치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은 마음이나 의지로 행복을 그리며 삶의 길을 엮어 나간다. 사람의 마음은 지성보다 지혜롭고 충격을 가하지 않아도 쉽게 감동을 받는다. 또한 마음은 다이아몬드처럼 순수할수록 무게가 더 나간다.

금산을 들이 받는 어리석은 노력보다 이 가을 황금빛 들녘을 바라보며 그 들녘의 허수아비가 되어보고 들길 사이로 트인 여백을 걷듯 비워낼수록 풍요로운 이치를 느끼며 가을이 깊어가는 시간에 편승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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