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의의 천사'
[칼럼] '백의의 천사'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19.11.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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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이사

[울산시민신문] 찬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는 아침,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 찬란했던 가을빛 한 줌이 아쉽다.

잘 익은 가을빛을 바구니 가득 담아 겨울이 오는 길목에 놓아두고 오래토록 보고 싶다. 겨울바람이 불어오면 빛은 옅어지고 짧아져서 더 흐려질 테니까.

호수에 펼쳐진 커다란 거울에도 찬바람에 수면이 흔들리고 흐린 하늘만큼이나 거울 속 풍경은 조각조각 부서진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지금의 마음이 어떤지에 따라 분명 같은 환경, 같은 모습임에도 다르게 비춰진다. 중요한 것은 외부의 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여유와 배려, 따뜻함이 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 볼 수 있고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외부의 유혹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생업 자체에 매몰되어 삶의 가치나 행복이라는 평범한 일상은 잃어버리고 무작정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떤 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과 타협하고 있는 모습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태어난 지 5일 만에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진 일이 밝혀져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신생아의 발을 잡고 거꾸로 들어 올리는가하면 거칠게 들어 올려 내동댕이치듯 내려놓는 간호사의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발생된 일이라고 하지만 만지기도 조심스러운 신생아를 거칠게 다룬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도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물론 대다수의 간호사는 신생아를 꽃처럼 귀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겠지만 이런 사태를 대하면 간호사에 대한 불신감은 커지고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악마의 전사로 보일 수도 있다.

과거에 간호사의 상징은 흰 옷이었다. 그래서 흰 옷을 입은 여성 간호사를 고귀한 의미로 미화하여 백의의 천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뉴스 매체를 통해 간간이 들려오는 나쁜 모습들로 인해 천사의 이미지가 생명력을 잃어가는 듯 해 매우 안타깝다.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에 큰 역할을 하는 교육자와 몸이 아프고 불편한 사람들을 돌보는 의료종사자들은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과 이성적인 판단력을 고루 갖추어 봉사와 희생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호사의 친절한 말과 작은 배려에 환자와 가족은 크게 위안을 얻고 또 환자의 건상 상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자나 간호사는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거나 자신의 사명감으로 가진 직업이라기보다 적성에 맞지는 많지만 생계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간호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어서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의식보다 나이팅게일의 선서처럼 의로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환자와 가족들도 폭언이나 폭행을 해서는 안 되며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는 태도 역시 필요하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크림전쟁에 대해 써진 타임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병원에서 그녀는 한 치의 과장도 없이 '섬기는 천사'였다. 복도 하나 하나를 그녀의 모습이 지날 때마다, 모든 이들의 얼굴이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의 마음으로 누그러졌다. 모든 의료진과 군의관들이 밤을 맞아 처소로 돌아가고 적막함과 어둠이 길게 누워있는 병자들 위에 내려앉을 때면 작은 등불을 들고 홀로 순회를 돌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오! 저 고통의 집 안에 등불을 든 한 여인이 보이는구나.'

이 짧은 글 속에 담긴 간호사로서의 봉사와 희생정신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인성이 채 갖춰지지 않은 어린 시절에 만나는 선생님에게서 지식을 얻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가고, 몸의 균형을 잃어 병원을 찾았을 때 만나는 백의의 천사에게서 우리는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한다.

비록 세월의 흐름에 따라 편리하고 다양한 색상으로 간호사의 옷은 변했지만 나이팅게일의 선서에 담겨 있는 숭고한 정신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우리들도 지친 일상에서 혹시 스스로의 소중한 사명을 잊고 있는 것은 없는지 한번 쯤 생각해볼 때이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전하는 메시지도 살아오면서 놓치고 지나쳤던 일은 무엇인지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행여 자신이 바쁘게 사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그것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내면의 눈을 떠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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