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詩
그 남자의 詩
  • 이시향
  • 승인 2019.12.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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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파편에 손발이 잘려 이름도 모를 땅으로 피난 갔었지 벌써 7년이나 되다니, 굼벵이 궁글 재주 없어도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모질게도 일궈냈던 빛의 뒤쪽 어둠은 노력과는 무관하게 순간으로 찾아와 무성하게 뿌리내렸지 생계를 위해 마누라는 일 나가고 어린 자식들 학교가 버리면 캄캄한 단칸방엔 영혼이 하얗게 죽어 나부라진 나무늘보 온종일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이 유일한 친구, 슬픔 부어 한잔하면 부옇게 흐려지는 한숨 그리고 분노, 너무 일찍 세상을 배웠고 세상에서 버려진 시절 태양도 뜨는 것이 아니고 삐걱삐걱 핏빛으로 기울기만 했지 보이느냐 이 상처 자국 두고 보자 두고 보자 다짐하며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는데 썰물로 빠져나간 바다는 쉽게 밀려오지 않았고, 꺾인 마디는 아직도 접히지 않아 날 괴롭히지만 내 남은 생 버티어낼 유일한 안식을 그 가장 어려운 시기에 얻었지 詩 말이야 세상은 시시해도 내 詩는 파란만장하지.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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