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따뜻한 주머니 / 박소란
참 따뜻한 주머니 / 박소란
  • 이시향
  • 승인 2020.01.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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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떨어진 십원짜리

십원으로 무엇을 살수 있나요
아무것도 너는 살수 없어 말하듯
단호한 표정으로 흩어지는 풍경들,

겨울

언젠가
한닢의 십원짜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출사람
허름한 전구를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조심스레 눈동자를 밝혀들고
값싼 화장이 뭉개진 작고 동그란
얼굴을 넌지시 들여다 볼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지 나는

곁에 누웠던 누군가 황망히 떠난
새벽 한때의 여관방 같은 보도블록 위
십원짜리

십원짜리를 주워 살그머니 제 주머니
속으로 들일 사람
주머니는 참 따뜻할텐데
붉은 담요를 두른 손이 있어
찬 등을 가만가만 쓸어줄텐데

기다릴 수 밖에 없겠지
기다림이 기다림의 잃어버린 모양을
문득 알아볼 때까지

별수 없으니까, 바닥이란
원래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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