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어 / 박해경
딱 걸렸어 / 박해경
  • 이시향
  • 승인 2020.0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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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우리 집은
지금 뭘 할까?
 
꺼져있던 TV가 켜져
아빠가 보던 야구 중계하며
야구공이 슝슝 날아다닐 거야
 
소파는 앉아만 있었다고
벌러덩 누워 코를 골겠지
 
빨랫줄에 매달린 내 치마
폴짝 뛰어내려 돌아다닐 거야
 
프라이팬은 공중전 하며
계란 프라이 뒤집기 연습할 거야
 
벽에 걸린 토끼 시계
게으름 피우며 느릿느릿 갈 거야
 
내 코끼리 인형
책상만큼 커진 덩치로
욕조에서 물놀이하고 있겠지
 
삐리리 현관 벨 소리에
모두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치미 뚝!
 
그렇지만 딱 걸렸어
뭔가 알 수 없는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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