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역 / 장윤희
송정역 / 장윤희
  • 이시향
  • 승인 2020.02.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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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이 끊어지고
종착역이 어디인지 모르는 대합실
빛바랜 마지막 인사가 뭐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바다는 멀리서 부터 걸음을 재촉한다
바닷가 조그만 끝 집
큰 소나무가 서 있는 집 마당
흐린 빨래가 너울거리는
파도를 잡아당겨 고기 잡는 아버지를 평상에 앉힌다
저녁 밥상이 차려지고
동전 하나 손에 쥐는 손맛에
막걸리 주전자 한통 출렁출렁
뱃머리는 달린다
하얀 새가 바위에 주저앉아
파도와 지껄인다
몽롱해지는 유혹을 홀짝거리며
철길을 걸어가다
동백이 핀 줄도 모르고 얼굴을 비빈다
구름이 까매지고 고개를 처박고 흐느끼니
콧잔등에 풀풀거리는
냄새를 싫어하는 까닭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지에게서 나는 비린내 때문이다
달은 기울고 아무리 쳐다봐도
 막걸리는 눈치 없이 맛만 좋은데
실밥처럼 풀려버린 기억들은
한 번만 더 심부름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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