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씨앗 하나의 의미
[칼럼] 씨앗 하나의 의미
  • 이두남
  • 승인 2020.03.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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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울산시민신문] 산길을 걷다보면 쭉쭉 뻗은 곰솔나무 사이로 진달래가 분홍빛 날개를 펴고 반짝인다. 이토록 가까운 곳에 피어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봄소식을 잊고 있었는지 진달래꽃의 존재감이 더 없이 반갑고 선명하다.

비록 세상은 소요스럽지만 각양각색의 꽃은 호기롭게 피어나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경칩이 지나면서 개구리가 산란을 하는 일만큼 농촌에는 파종을 하는 사람들로 논과 밭은 분주하다. 바이러스와는 거리가 먼 아늑한 시골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씨앗은 식물의 열매 속에 있는 것으로 장차 싹이 터서 새로운 개체가 될 단단한 물질을 일컫는다.

그 단단한 껍질을 뚫고 미세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솜털 같은 여린 싹이 가슴 졸인 머리를 내미는 모습은 자연의 신비로움이며 그 자체만으로 경이롭다. 은하수 같은 꿈들을 왈칵 쏟아내며 어둠 속에서 겪었을 산통을 봄 햇살의 담금질로 해산한다.

경이로움 속에 태어난 작은 싹은 봄비와 햇살이 가꾸고 바람이 무럭무럭 키워 잎의 생김새와 자기다운 색상의 꽃을 피우고 새로운 희망을 쌓으며 기쁨을 준다.

씨앗의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벼가 만든 쌀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먹는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작물은 밀이다. 가장 많이 재배되는 씨앗은 옥수수이며 이는 가루를 만들어 빵이나 올리고당 등 다양하게 쓰인다.

이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씨앗인 콩과 함께 생계를 책임 진 씨앗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수렵과 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이 씨앗들을 재배하면서 인류는 생존했고 번성했다.

또한 이 씨앗의 열매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모닝커피와 토스트, 속을 채워주는 비빔밥 한 그릇, 더위를 날려주는 맥주,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초콜릿, 편안한 잠자리를 책임지는 면 이불까지 우리는 씨앗과 불가분의 관계에서 살아간다.

씨앗은 수없이 많은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땅에 심은 씨앗은 식물로 자라 인간에게 편리함과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인간의 마음에 심은 생각의 씨앗은 행동으로 열매를 맺는다.

좋은 생각 속에 자란 열매는 좋은 결과를 맺고, 나쁜 생각 속에 자란 열매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생각의 씨앗은 마음속 깊이 뚫고 들어가 켜켜이 쌓인 시간의 퇴적 속에서 위대한 꿈이 되기도 하고 꿈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생각의 씨앗은 끝없는 성찰을 통해 발전을 이뤄나가고 더욱 번창하여 행복의 열매를 맺는다. 우리의 마음 밭에 어떤 씨앗을 심는가에 따라 다가 올 미래의 색깔은 달라진다.

땅 속의 씨앗이 제각기 자라는 속도와 생김새가 다르듯 마음의 씨앗 또한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리며 정성을 쏟으면 더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어쩌면 작은 씨앗이 물에 닿는 순간 잭의 콩 나무로 변해버리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심은 작은 씨앗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다리를 놓아주는 소중한 희망이자 기회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인셉션에 이런 대사가 있다.

“뚫고 들어가서 작은 꿈을 하나 심었지. 모든 것을 바꿀 단순하고 작은 꿈을. 이 사람에게 심어 줄 꿈은 앞으로 이 사람의 생각이 될 거야. 그 생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면서 그것은 이 사람의 성격으로 되어버리는 거지. 이 성격은 이 사람의 결정들을 바꾸고 그 결정들은 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거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듯 우리의 작은 생각의 씨앗으로 결국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진달래꽃이 무채색 산의 능선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지만 지구촌은 신종 감염병 ‘코로나19’로 진통을 겪고 있다. 어쩌면 지구촌에 창궐한 이 바이러스를 통해 전 세계인이 한 마음으로 지혜롭고 평화롭게 아름다운 지구를 공유하라는 외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한 자연은 바이러스의 공포 때문에 빗장을 건 우리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려고 이토록 눈부신 봄을 마련했다고 생각하니 눈물겨운 감동이 밀려온다. 우리는 초연한 자연 속에서 씨앗을 뿌리고 또한 씨앗을 얻는다. 그 노력 속에서 비로소 희망과 기쁨을 얻고 꿈을 꾼다.     

봄은 찾아왔지만 여러모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지금, 아름다운 진달래꽃을 한 아름 껴안듯 위로와 응원을 담은 좋은 생각의 씨앗을 나눠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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