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의 계절 / 최정신
오류의 계절 / 최정신
  • 이시향
  • 승인 2020.03.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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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사미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니
천상천하 유아독존 햇살도 기가 꺾였다 
좀체 하강하지 않는 수은주 눈금,
기형의 계절에 백기를 든 
영산홍 꽃대가 힘들게 각혈 한다

성장을 쉬어야 하는 동면의 시간임에도
속으로 삭이지 못한
비정규 해고의 억울한 고함소리처럼
붉은 투쟁의 상처가 아파 보여 거실로 들인다
 
기다림에도 때가 있고 절기도 조율이 있는 걸 잊었을까

이듬 해 봄의 축제를 위해
적립한 푸른 피를 가불하느라
제 딴엔 무진 애를 썼을 것이다
 
겨울 안부로 갖 벙근 진달래를 보내 온 시인이
종말이 머지 않은 듯하니
더 착하게 살아야겠단 전언에
북풍에 꽃을 품은 마음이 내통한 오류의 절후[節候],
철 없는 투정처럼 부욱 찢어발긴 상처,


꽃의 답신도 때를 잊은 게 제 탓은 아니란다
사계의 부재가 억울하긴 매 한가지 
헛 짚은 시간으로 길 잃은 꽃대궁 몇 줄기
 변절의 시류에 글성이는 시울이 붉다  

 

[울산시민신문=이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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