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슬기로운 위기 극복 생활
[칼럼] 슬기로운 위기 극복 생활
  • 이두남
  • 승인 2020.04.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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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대표

올 봄은 더디게 오기를 바랐건만 예년보다 이른 봄소식이 코로나 19로 조린 마음에 꽃향기마저 움츠려 한풀 꺾인다.

상춘객들로 붐벼야 할 행사장에는 '함께하는 불안보다 조금 떨어진 희망'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현수막이 걸려 사회적 거리두기를 호소하고, 꽃보다 붉어야 할 행인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진 채 두려운 눈빛만큼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쉽게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이 상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팬데믹으로 산불처럼 번져나가  세계 경제를 통째로 마비시키고, 개학이 연기되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미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빼앗긴지 오래다. 하루하루 긴 한숨만 바람의 한풀이로 받아내고 있다.

관능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은 봄날, 지천의 도화지에 형형색색 낙서를 하는 연둣빛 호기심이 차디찬 가슴에 온기를 불어 넣어 준다.

거기에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 사태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강인하고 따뜻한 민족성이 무채색 표정에 살랑대는 봄바람 같은 온기를 더하고 있다.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고 하지만 모두가 대구를 피할 때 대구로 몰려든 용기 있는 사람들의 두려움은 멀리 있었다. 그들은 백의의 천사를 비롯한 수많은 의료진과 전국에서 모여든 소방관, 그리고 선행을 베푸는 국민들이다.

그들이 만든 노력은 대한민국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삶이 행복해지려면 타인의 고통을 알아주고, 마음과 마음 사이에 따뜻한 정이 흘러 그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는 그들의 용기에 깊이 감사드린다.

코로나 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청의 119 구급대 동원령에 따라 지난 2월 전국 각지에서 구급대 140여대와 구급대원 280여명이 대구 확진자 이송 및 주요 임무를 수송하기 위해 대구로 집결했다. 그들은 가족을 떠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위험지역에서 고통을 분담하며 묵묵히 소임을 다했다.

지난 2일 임무를 마치고 소속 근무지로 돌아가는 길에서 그들은 코로나 19의 종식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민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에 고락을 함께 했던 대구 소방관들은 그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울산에서는 "서장님, 저는 신정3동에 사는 기초 수급자 70대 노점 상인입니다. 대구 어려운 분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이 성금을 보냅니다. 어려운 분에게 쓰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대구분들 힘냈으면 합니다."라고 정성 들여 쓴 손 편지와 함께 마스크 40개, 현금 100만원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를 남부경찰서 정문초소 경비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에게 전달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의경은 할머니의 신원과 봉지안의 내용물을 물어보았지만 할머니는 손 사레를 치며 "좋은 일에 써 달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파출소를 찾아 마스크 20장과 손 편지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편지에는 "마스크를 끼고 코로나가 안 걸리길 바랍니다. 약사님도 코로나를 낫게 하는 약을 만들기 바랄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처럼 유치원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시민들이 건네는 온정의 손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이런 기부 행렬은 어려운 시기에 가장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팽배해진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내면에 감추어진 따뜻한 감성이 개나리꽃 같은 희망을 준다.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이다)

모든 기회에는 어려움이 있고, 모든 어려움에는 기회가 있다.

우리 국민은 위기에는 뭉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민족의 원형질을 지니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재기도 없고 헌신적인 자원봉사자의 땀방울과 조선시대 의병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엄숙한 희생과 눈물이 위기의 터널을 벗어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이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듯, 코로나 19의 어둡고 긴 터널도 서로에게 나누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로 머지않은 날 꼭 벗어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의 봄이 아름다운 것은 봄처럼 샘솟는 희망과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은 조금 떨어져 희망을 전하지만 아픔을 함께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더한다면 더욱 아름답고 눈부신 봄을 함께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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