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罪 / 김태운
꽃의 罪 / 김태운
  • 이시향
  • 승인 2020.04.1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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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세상에 무나 배추를 갈아엎는 건 종종 있었다지만
수만 평을 노랗게 수놓은 유채꽃을 갈아엎는 광경은
살아생전 금시초문의 형장이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토록 처참하단 말인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가시리 가시리잇고
무자년 같은 경자년에 가시리잇고
허물 같은 이 4월에 가시리잇고
역병에 휩쓸려 가시리잇고

여기는 눈이 부셔 벌들조차 벌벌거리던 들녘
어쩌다 지옥 같은 가시거리로세
그야말로 허허벌판 별곡이로세
상춘객의 각막을 물어뜯는
쓰라린 풍장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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