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櫪馬] / 활연
역마[櫪馬] / 활연
  • 이시향
  • 승인 2020.04.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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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탄 총알이 참새 눈알을 뚫는다

 서역의 낙엽은 낙타 눈썹을 흘리며 뒤꿈치 냄새로 날아가고 구유에 뜬 행성은 기울기를 고친다 푸른 피부를 앓던 병이 엎질러지면 위성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자정의 해안선으로 메마른 해역이 불어온다 타다만 산비알 헤치며 편도선이 발목을 굽는다 난지도에 섬 하나를 그리며 기마자세를 잃지 않았으나 갈기나 말총은 쓸쓸했다 몽골반점이 안구에 게르처럼 굳는다 흙먼지에 쿠퍼액을 흘리면 귀두엔 막장의 돌가루 냄새가 났다 구멍은 낭심의 고리를 적은 기전체가 아니다 발목엔 고양이 방울이 상냥하고 항구의 젓갈이 풀린다 거룻배는 종자를 뿌렸으나 착상은 난파했으므로 한밤엔 해저로 곰곰이 발을 뻗었다

 나무가 절명하면 젖꽃판 위로 무가지 삐라를 뿌린다 골목은 충혈된 눈자위를 닦는다 불임을 착상하고도 보랏빛 성운들은 회오리쳤으므로 멀미가 왔다 세상의 모든 병은 폐선의 용골이라서 피 묻은 뱀의 둘레가 수척하다 척신이 마르면 숲이 우거진다 낭떠러지는 솔가리를 덮고 돌밭엔 조금 물살이 뒤척인다 죽은 말을 구하기 위해 숨구멍에 돌을 내린다 뭄을 달구며 육징의 파도를 건너가는 종은 서럽다 육구로 훔치다가 표절한 감각을 들키면 스킨샘이 녹슨 봇물을 쏟는다

 돌아누우면 천축국이 출렁거리고 말발굽 각도가 닳는다 이마에 대갈못 박는 소리에 소스라치면 달의 아미에 주홍이 번진다 乙乙巳巳, 새의 파란 피부로 독사의 혀가 맹독을 흘린다 수직 갱도에 괴괴한 목울음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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