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세렝게티처럼 한산한 한라산기슭
어느덧 사회적 거리에 익숙해진 사자들
간만에 포식을 위한 모임이다
수컷 넷
암컷 여섯
개중 둘은 짝이 없다
사연인즉
수컷 하나는
천국의 사자로 일찍 자리를 떴고
다른 수컷 하나는
소문대로 우울증에 사로잡혔는지
맨날 구석에 박혀 끙끙거리고 있다는
우울한 전갈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예정된 나머지 사자들은 아직 야생의 본능이 남았는지
특히 수컷들, 암컷들의 눈치를 살피며
시뻘건 소의 간을 물컥물컥 씹고 있다
생등심이며 생갈비는 너무 질기다며
그새 이빨이 늙어버렸나 투덜대며
너도나도 구워 먹고 있다
암컷들 수다의 혓바닥을 드러내는 자리에선
재난지원금을 물어뜯는 소리들
어쩌고 저쩌고
수컷들 웅성의 아가리를 벌리는 자리에선
젊은 날 호시탐탐하던 먹거리들
어쩌고 저쩌고
그나저나
실컷 배 불리고 다음의 포식을 기약하고 헤어졌지만
코로나가 이리저리 지랄염병하는 세상에서
사자들 생시에 언제 또 모일까 싶은지
썩, 개운치 못한 표정들
어슬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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