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름이 없다
내가 태어난 날부터 그녀 이름은
엄마다 시강 댁 며느리다
박 참봉 댁 며느리다
좀이 슬듯 그녀의 이름을 먹어치운 건
엄마며 며느리다
이름도 없이 살던 그녀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
철이 들어 어머니가 되어
그녀를 보살펴도 나는 철들 수 없다
응석받이 딸이기 때문이다
들풀처럼 살아온
그녀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꽃이 질 때야 비로소 꽃의 이름을 추억하듯
절정의 한 때를 자식에게 내어주고
이름도 못 가진 그녀에게
아프게 썼던 엄마란 이름 말고
바닥에 흩어진 바람을 그러모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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