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친구에게
쪽파 씨 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바닥에 드러누운 쪽파는 죽은 게 아니고
알을 품었다고
바다 달려 온 바람과 해를 보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하늘을 날아서 파 씨가
나의 텃밭에 묻혔다
언 땅에서 송곳니 처럼 봄을 밀고 나와
뽑아 먹고, 데쳐 먹고
살았던 자리조차 무너져버린 무덤
호미가 달구질하니 토실하게 영근 갯내를 토한다
그의 고향은 바다였을까
아니
바다에 가기 전 어느 뒷밭에 들렀을지도
입 다물고 누워버린 파 씨에
고향도 묻지 말라는 탱고 음악이 흐른다.
[시사모 2020년 6월 시부문 이달의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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