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산책 / 고운 김정자
비와 산책 / 고운 김정자
  • 이시향
  • 승인 2020.07.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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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풍성한 잎으로 뿌려지는
비를 받는다
새벽 공기가 축축해 창문에 부딪친 방울들
안으로 들어오려 했을까
일 글러진 모습이 제각각이다

하얀 물안개 꽃으로 장식이 되어있는
빨강 꽃 장화를 꺼내 신는다
우산도 빨강 바탕에 흰 물방울이 박혔고

비 젖은 하얀 망초꽃이 나를 보자마자
싱글거리며 말한다
"정말 아름다워요"

빗물에 샤워를 하는 모든 사물이 깨끗하다
정화되는 기분도 맑아져 어린 솔잎 색도
곱게 채색이 되어 들어온다

시끌 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리며
자동차 소음도 삼키며 얼굴에 묻는다
젖은 얼굴을 타고 내리는 것이
속눈썹에 맺혀 대롱거린다

단단한 턱선을 질주하여 목선을 타고
나를 포옹하려 마음속까지 파헤치려
모든 것을 들려주는 이른 아침 산책길에
흥분한 몸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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