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사실 받은 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1에 1을 더하면 2가 되는 것처럼
1에서 1을 빼면 0인 것처럼
그러나 비질처럼 싹싹 빌고 치열하게 반성을 하면
언젠가는 용서해주는 것처럼
마침내 내려주는 거다
빌다 보면 결국 비를 내리는
옛 기우제처럼
그러다 너무 많이 내렸다 싶으면
마침내 그쳐주는 거다
그러나 하늘과 땅을 잇는 빗줄기의 크기는
해가 뿌리는 빛처럼 한도 없는 빚처럼
계산이 그리 쉽지 않다
내 가랑이도 못 적시는 가랑비처럼
제 꼬리를 감춘 여우비처럼
장대도 없이 후려치는 작달비처럼
마구 쏟아붓는 소낙비처럼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처럼
언뜻, 2020의 한여름 오늘 내리는 건
마치 한풀이를 품은 비다
매우 성질을 부리는 공식의
하늘이 이 땅을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끈질긴 채찍질 같은
하늘이 이 땅을 싹 쓸어버리려는
시원한 비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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