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맥문동의 꽃말
[칼럼] 맥문동의 꽃말
  • 이두남
  • 승인 2020.08.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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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울산시민신문] 연일 내리던 장맛비 틈틈이 화창한 햇살이 감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잠시 틈을 내어 태화강 국가정원을 거닐다 나무 그늘 아래 함초롬히 피어난 맥문동 보랏빛 꽃들에 눈이 간다. 그리 화사 하지도 않은 몽환적인 자태에 발길을 멈추고 잠시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겸손, 인내, 기쁨의 연속이라는 꽃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음지도 마다하지 않고 당당하게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와는 달리 맥문동은 그늘에서도 여러 갈래의 잎으로 햇빛을 받아 들인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 않는 약초성 식물이라 그런지 공해가 심한 도심의 가로수 밑에서도 활짝 웃으며 피어나 무더위에 지친 우리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지역을 오염되지 않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귀인들이 그들이다

그동안 코로나19의 감염으로 생사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도, 이들과 함께 투혼을 발휘하며 밤 낮을 땀으로 대신하던 의료진도 모두 저 겸손, 인내, 기쁨의 연속이라는 맥문동 꽃말처럼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다했으니 어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어이 기쁘지 않겠는가.

익숙했던 삶의 공간이 갑자기 오그라들고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두렵고 무료한 환경이 세상에 비친 햇살같이 누구도 피하지 못하게 다가오자 마치 고슴도치의 딜레마를 연상케 하는 것 같았다.

가시 때문에 가까이 있으면 서로 찔리고 멀어지면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서로 다가갈 수도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까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놓고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시간가는 줄 몰랐던 때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그리워 지기도 한 시간이었다. .

이처럼 어두운 터널을 어느 정도 익숙하게 벗어나는가 했더니 늦여름 장마가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고 생의 침몰 상태가 지속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어떤 어려움도,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또 한 번의 고비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날숨과 들숨이 힘들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평범한 일상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소망임을 터득하는 요즘이다. 한 톨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단단한 땅을 뚫고 나와야 하듯 고난을 겪고 난 후 우리는 비로소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인류 역사 이래 세상을 지배하는 감정은 슬픔과 좌절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소하고 작은 즐거움을 꾸준히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생과 공존이 상생의 첩경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동안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웠던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슬픔이 슬픔을 만나면 배려가 되고 기쁨이 기쁨을 만나면 더 큰 행복이 된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이어 긴 장마까지 가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불확실한 큰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러한 마음 갖기는 스트레스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요구된다. 과거 역병을 이겨낸 선조들의 지혜를 보더라도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기록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인물들과 숱한 사건들은 이 시대의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나침반이 된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경구가 그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역사가 그 해답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도 역사가 되어 후손들이 살아가는데 방향을 제시 해 줄 것이다.

코로나 19에 이어 장마로 인한 수해까지 더해 힘겨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가 맥문동의 보랏빛 꽃말을 닮아 잘 인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양보의 미덕을 쌓으며 낙담과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는 한 여름 밤의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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