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보채는 걸 본 적이 없다
어느 여름, 그늘마저 없이 적도의 작은 집처럼 달궈지던 날
넌 초록의 심장으로 그 열기를 다 받아내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아이를 닦아주고 있을 때마저도
어쩌면 넌 그렇게도 무던했을까
폭풍이 몰아쳐 기둥마저 꺾인 나무들이 울부짖을 때
민둥이 껍질을 붙잡고 안간힘을 썼을 텐데도
난 너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독한 것, 독하게도 넌 무던하였다
와랑와랑한 햇볕에도
우릉쾅쾅 천둥에도
빗물에 쓸리고
눈밭에 파묻히며
커다란 세상을 접고 또 접고
세상천지가 하나의 점으로 다져질 무렵
오솔길을 따라 맑은 어둠 속으로
홀로 떠나곤 하였다
군더더기 하나 남김없이
어떤 기억도 없이
오직 하나
유전에 대한 애착만으로
숙명이란 이렇게 침묵해야 했을까
저작권자 © 울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