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향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
이시향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
  • 이시향
  • 승인 2020.11.1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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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시향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이 시집에는 시인의 말처럼 “텃밭에서 만난 친구들과 소통하며 일어나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실직한 아빠의 ‘텃밭 가꾸기’와 ‘사진 찍기’를 통해 고단한 삶을 이겨내는 한 가족의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텃밭의 상상력’이라 부를 만할 정도로 여기서 텃밭은 주요한 모티프일 뿐 아니라 텃밭이 품어주는 한 가족과 자연이 어우러져서 독자로 하여금 따뜻한 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소개

저자 : 이시향
현대문학가>시인 아동동시작가
본명 이승민. 물 맑고 바람 많은 제주도가 고향이에요. 2003년 계간 『시세계』에 시가, 2006년에는 『아동문학평론』에 동시가, 2020년에는 『시와편견』에 디카시가 당선되었어요. 제34회 울산예총에서 예술문학상을 받았고, 제15회 울산동요사랑 대상, 제9회 울산아동문학상, 제3회 울산남구문인상도 받았어요. 작품집으로 시집 『들소 구두를 신고』 『사랑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그를 닮은 그가 부르는 사모곡』, 시화집 『마주 보기』가 있고, 동시집 『아삭아삭 책 읽기』, 디카시집 『피다』 『삼詩세끼(3인 공저)』를 펴냈어요. 2020년 울산광역시 문화예술육성지원 사업 문학 부문에 선정되어 두 번째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을 펴냅니다


그림 : 권우희
홍익대 디자인컨텐츠 대학원과 영상디자인 대학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어린왕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내일은 시리즈』의 표지 및 본문 일러스트, 드라마 〈잉여공주〉, 예능 〈... 더보기


작가의 말

두 번째 동시집 『파프리카 신호등』에는
텃밭에서 만난
친구들과 소통하며 일어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마음으로 읽어지는 『파프리카 신호등』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동심을 찾는
작은 텃밭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인의 말에서

목차
제 1 부 봄꽃 공장 사진사
강낭콩 / 붕붕 호박벌 / 봄꽃 공장 사진사 / 나비 날다 / 우리 집에 찾아온 봄 / 콩 타작 / 엄지 척 / 넙치와 가자미 구별법 / 뜀틀 선수 / 바다를 팔아요 / 아빠 텃밭 / 비의 씨앗 / 김밥 편지 / 하느님 참 미워

제 2 부 살구 봅시다
고구마꽃 / 같이 가자 누야! / 살구 봅시다 / 호주머니 / 사춘기 누나 / 내 보물1호 / 현충일 묵념 / 할아버지 자가용 / 지렁이 꿈틀 / 금덩이 / 파프리카 신호등 / 호떡 파는 아저씨 / 도토리 친구 / 탐라도 전설 / 씨앗 뿌리는 아이

제 3 부 유채꽃 공장장
지구 조각가 / 산봉우리 / 무당벌레 / 메주꽃 / 꿈나무 / 민들레 호 / 엉또폭포 / 코로나 19 / 유채꽃 공장장 / 십리대밭교 / 울산대교 / 울산고래 / 삼호교 / 울산교 / 십리대밭 도깨비 마을

제 4 부 가을꽃 공장 사진사
가을꽃 공장 사진사 / 거미 집 / 전깃줄에 참새는 / 쌍가마 뭐예요 / 미소가 한가득 / 난쟁이 / 지네 / 노래 교실 / 물집 / 참새 / 아빠는 농부 / 열병 / 시간 자판기 / 떠나지 못하는 달팽이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아빠는 봄꽃 공장 사진사_전병호

추천사
전병호(동시인)
똥, 오줌을 동원해서 억지로 웃기려고 할 게 아니라 리듬을 살려 읽는 시의 묘미를 알게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시의 재미 중 하나이죠. 시인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마음으로 읽어지는’ 시를 쓰기를 바라는 시인의 소망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해요. 이 동시집에 실린 시를 읽다 보면 어린이들은 성실하고, 건강하고, 씩씩하고, 진취적인 마음을 갖게 될 거라고 믿어요. 이것이 어린이들이 이 동시집을 많이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가장 큰 이유예요.

출판사 서평

따뜻한 동심의 눈으로
아이들 마음의 텃밭을 가꾸어 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19번째 도서 『파프리카 신호등』이 출간되었다. 이미 세 권의 시집, 시화집, 디카시집, 동시집 등을 통해 활발한 문학 행보를 보여주는 이시향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파프리카 신호등』에는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텃밭에서 만난 친구들과 소통하며 일어나는 이야기”가 많다.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이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텃밭’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작품들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연속적으로 읽힌다. 그중 한 편인 「거미 집」을 읽어보자.

텃밭 입구에
실 뽑으며
집 짓는 거미.

목수 일했던
우리 아빠.

거미줄 끊어질까
조심조심 들어간다.


-「거미 집」 전문

화자는 아빠의 뒤를 따르며 텃밭에 들어서고 있다. 텃밭 입구에는 거미가 집을 짓고 있어서 키 큰 아빠의 머리에 거미줄이 금방이라도 닿을 것만 같다. 보통 이런 경우 거미줄을 냉큼 없애거나, 혹은 만지기 껄끄러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둘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거미줄 끊어질까” 염려하며 조심조심 그 아래를 지나 텃밭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아빠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아빠는 집을 짓는 목수였다. “목수 일했던”이라는 표현을 보면 ‘목수’는 아빠의 현재 직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빠는 여전히 집을 짓는 행위의 위대함을 생각하는 것이다. 거미줄은 거미 집이고 그 집을 지은 거미의 수고를 목수였던 아빠는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아빠는 왜 직업이 없이 텃밭을 돌보고 있는 것일까? 아빠는 텃밭에서 무얼 키우고 있을까? 이에 대한 힌트는 아빠의 텃밭이 중심 배경으로 나오는 작품 「뜀틀 선수」「아빠 텃밭」「파프리카 신호등」「노래 교실」「물집」「아빠는 농부」「지렁이 꿈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텃밭을 “퇴직 걱정 없는 일자리”로 지칭하는 데서 보듯이 아빠는 실직이라는 상실감을 텃밭에서 위안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아빠의 텃밭’이라고 시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읽게 되는 작품들도 있다. 「콩 타작」「고구마꽃」「무당벌레」가 그러하다. 이 작품들을 읽으며 앞서 나온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과정은 어린 독자들에게 색다른 시 읽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

앞선 시들에서 일을 그만두고 텃밭을 가꾸는 아빠가 나온다면, 「봄꽃 공장 사진사」「살구 봅시다」「가을꽃 공장 사진사」에서는 ‘사진찍기’가 아빠의 삶을 지탱하는 위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빠에게 ‘사진’은 ‘실직’을 대체하는 은유이며, 여기서는 해고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해하고 영원한 안식을 주는 자연 앞에서 아빠는 실직의 걱정이나 가장의 무게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다. 시인이 꽃이 피는 자연을 ‘공장’이라 칭하는 것도 그러한 실직을 대체하고자 하는 의식적 행위로 느껴진다. 이러한 시인의 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봄꽃 공장 사진사」를 살펴보자.

일자리가 없어
겨울 동안 쉬고 있던 우리 아빠
봄꽃 공장에 일 다니신다.

냉이꽃, 목련꽃, 개나리꽃, 벚꽃, 민들레꽃
틈 속에 납작 엎드려서
나비를 찍는다.
벌을 찍는다.
잎을 찍는다.

꽃 공장 사진사
아빠 머리 위에는
꽃잎 동전이 떨어져 가득 쌓여 간다.

-「봄꽃 공장 사진사」 전문


“일자리가 없”는 겨울을 보낸 아빠의 마음은 괴롭기만 했을 것이다. 화자를 비롯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겨울을 보냈을 아빠. 그런 아빠가 봄이 되자마자 “봄꽃 공장에 일 다니”러 나왔다. 봄의 산과 들은 우후죽순처럼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로 인해 마치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 같다. 이곳에서 아빠의 직함은 ‘봄꽃 공장 사진사’다. 산과 들에 가득 피어나는 수많은 꽃들 속에서 “납작 엎드려서” 나비, 벌, 꽃잎 들을 찍는 아빠의 모습에서, 실직하기 전 아빠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왔을지 엿보인다. 이 시의 압권은 “봄꽃 공장 사진사/아빠 머리 위에는/꽃잎 동전이 떨어져 가득 쌓여 간다”는 마지막 부분이다. 지금의 아빠에게는 지갑이 아닌 마음을 채우는 ‘꽃잎 동전’이 가득 쌓여 간다. 화자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시지만, 낙담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아빠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어린 아이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이러한 따뜻함이 「살구 봅시다」에서는 과실인 ‘살구’와 ‘살다’의 언어적 중의성을 재치 있게 구현해 재미를 느끼게도 한다.

또한 이 동시집에는 시인의 고향과 현재 살고 있는 고장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식구들이 먹을 식재료를 손수 심고 거둬들이는 텃밭처럼, 언제든 떠올리면 마음이 풍족해지는 공간이니 이곳들을 ‘마음의 텃밭’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고향인 제주도를 그리는 작품 「탐라도 전설」과, 시인이 현재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고 있는 울산에 대한 애정이 담긴 「십리대밭교」「울산대교」「울산고래」「삼호교」「울산교」「십리대밭 도깨비 마을」 등의 작품을 천천히 읽어보며 시인이 보여주는 공간의 상상력을 음미해보도록 하자. 이 외에도 「호주머니」「사춘기 누나」「내 보물 1호」「지네」「참새」「시간 자판기」 등과 같이 시인의 시선이 동심을 향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이시향 시인은 『파프리카 신호등』이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마음으로 읽어지는”(「시인의 말」) 동시집이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시인이 그려낸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텃밭 상상력’은 텃밭이 품어주는 한 가족과 자연이 어우러져서 독자로 하여금 따뜻한 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니 시인의 바람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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