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이 왜 이래'
[칼럼] '세상이 왜 이래'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0.12.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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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향기 짙은 국화 꽃은 언제 피었던가?

여리게 하늘거리던 코스모스는 어느 바람에 지나갔던가? 

국화, 코스모스 진 자리에 자연의 섭리도 방향을 잃었는지 때 아닌 벚꽃과 진달래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어수선한 세상에 편승해 버린 자연의 무질서가 못내 아쉽다.
먼 길 돌아 또 찬 바람이 겨울을 몰고 어김없이 다가온다. 설렘으로 찾아왔을 가을은 느릿느릿 왔다가.

그토록 맑은 하늘을 그리다 훌쩍 떠나가 버린다. 샛노란 은행잎은 오솔길로 깔리고 그 오솔길 위에 이방인처럼 걸어가는 행인들은 이미 겨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다.

발 바닥에 밟히는 곰솔나무 가지며 바싹 거리며 일어나는 떡갈나무 잎은 타는 여인의 가슴처럼 향기로 다가온다. 그러나 가을을 보내는 걸음이 못내 무거운 것은 또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의 창궐 탓이다. 술래잡기라도 하듯 우리는 입을 가리고 너는 우리를 노려보지만 어떤 인연이길래, 어떤 악연이길래 만나려, 만나지 않으려 이토록 서로를 향해 헤매고 있는 것일까?

7년여의 공백을 깨고 등장한 가수 나훈아가 많은 사람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 잡았던 노래, ‘테스형’의 한 구절이 스쳐간다.

세상이 왜 이래
사랑이 왜 이래
너희가 왜 이래

세상이 왜 이러냐고 툭 던지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나약한 인간이 혼돈의 세상을 향한 외침이라고 다소 설득력 있어 보이는 물음표만 메아리로 남는다.

기억에도 없는 듯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가는 11월이 서로의 시야를 피하려는 듯 뒤돌아 보지 않고 홀연히 간다

무채색으로 뒤덮여 가는 먼 산 감나무 가지 끝자락에 허공을 붙잡고 붉게 익은 감 몇 개를 아쉬워할 사이도 없이 오목눈이 새 몇 마리가 속을 콕콕 파 먹고 어딘가 날아간다. 텅 비고 불안한 우리의 속은 누구 파먹었을까?

답이 없는 날에는 호젓한 산길에서 마스크를 벗고 바람이 가리키는 나뭇가지를 응시한다.
찬 바람만큼 가느다란 가지의 투지는 견고하고 여리다.

가지 끝에 닿은 하늘이 차고 푸르게 보이는 것은 공기의 분자와 대기 속에 떠 있는 찬 먼지들에 의해 햇빛이 산란되기 때문이라면 우리의 찬 가슴은 무엇으로 산란 되었을까?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재앙이 습격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하늘은 무표정으로 빤히 내려다 보고 있다.

덜 보고, 덜 만나는 것이 이미 미덕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함께라는 단어가 구름 뒤에 가려져 희미 하기만 하다..

내가 가지고 놀았던 날들이 하나 둘 떠나가면 나는 어느덧 남은 날들을 하나 둘 헤아려 보게 된다. 설렘도, 감동도, 열정도 식어가는 날들이 시야 가까이 배치되어 있다.

언젠가 드라이브 스루 같은 원거리 날들이 사라지고 불현듯 눈길 빼앗던 미스터 트롯 같은 날에 울고 웃는 날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본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피부로 느끼듯 설렘과 감동과 열정으로 가득한 새 날을 은근히 기대해 본다. 또한 물음표보다 느낌표가 더 많은 날들로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남은 달력 첫 날에 까막까치 소리처럼 기다렸던 손님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그 손님이 코로나19 백신 이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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