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 김태운
나의 시간 / 김태운
  • 이시향
  • 승인 2021.01.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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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을 꿈꾸던 나의 시간은 지금 레테의 강을 건너고 있다
나의 살은 이미 모천을 떠난 물이었으므로
나의 시간도 흐를 수밖에

먹잇감이라곤 오직 흐를수록 쓴맛에 익숙해진 나잇살뿐 이대로 흐른다면 결국 짜디짠 바다로 흐를 것이다. 다행히 지나온 물의 시간을 잃지 않는다면 바다의 뱃속으로 들어간 나의 시간은 이 섬의 신이 될 것이다. 적어도 이름 없는 귀신으로나마 영원할 것이지만, 만에 하나 물의 시간마저 잃어버린다면 애초의 백록담에 흘린 나의 시간은 녹아 뼈가 되고 가루가 되고 흙이 되어 마침내 어느 곶자왈 기슭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레테의 강은 지금 나의 시간을 삼키고 있다
나의 시간은 이미 물이다
그것도 쓰디쓴 물이다

나의 시간은 지금 말라버린 무수천의 어느 도랑에서 한라산 오줌 같은
그 물을 마시고 있다
동녘의 햇빛 따라 흐르던 플레게톤 같은 성귓내와
서녘의 별빛으로 비치던 아케론 같은 베릿내 그 사이
코키투스 같은 큰개를 떠올리는 월대천을 향하며
언젠가 퇴화해버린 지느러밀 품고
시의 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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