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의 봄 / 박명숙
마네킹의 봄 / 박명숙
  • 이시향
  • 승인 2021.02.0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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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 계절을 앞서간다

아직 사나운 바람이 일고
온몸을 움츠리게 하고 살 떨리는
봄 시샘에도 끄떡없이 얇은 봄옷으로
갈아입고 표정 없는 얼굴로 행인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신상품으로 꾸며진 그녀는
매일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구경하는 여인들을 응시하듯
누군가의 화려한 봄을 충동질한다

바깥은 겨울, 안은 봄
경계 너머 봄을 구경하는 사람들
마네킹의 계절은 늘 앞서간다
한 사람의 개성과 멋을 입히는 것
연출하는 사람의 손길에 따라
아름답게 입혀져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자연에서만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쇼윈도에 진열된 마네킹에도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수많은 관중을 위한 패션쇼를 하며
화려한 외출을 꿈꾸는
마네킹의 변신, 봄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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