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어날 이 봄에
활짝 피어날 이 봄에
  • 이두남
  • 승인 2021.03.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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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발행인)
이두남(발행인)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봄의 기별이 매화가지 끝자락을 통해 전해 올 줄 몰랐다.

고사목처럼 딱딱한 각질을 터트린 분홍빛 꽃망울이 꽃이 되고 싶었다고, 달콤한 봄바람이 되고 싶었다며 칼 바람 떨리는 가슴으로 기다려 온 것 같아 더욱 눈물겹다. 해마다 동장군에 맞서 봄의 빗장을 여는 무거운 책무를 맡은 터라 잎새 하나 달지 않고서도 그 자태가 단아하고 기품 있다.

입춘 소식을 전하는 까치도 어느 때보다 목청이 높아 내 달팽이관이 얼얼하여 지워져 버린 새봄의 희망을 되돌려 주려는 듯 하다.

묵은 해를 넘겨서야 비로소 앙증맞은 꽃 망울을 달듯 우리의 팔뚝에도 기다렸던 코로나19 백신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그 동안 인류가 얼마나 심한 불안에 떨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숫자로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 비대면, 격리란 생소한 단어의 괴리를 인내해야 했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지도 못하고 언텍트 세배라는 낯선 풍경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낯설게 마주한 고유의 명절 설날이 지나고, 일 년 중 가장 밝고 크다는 정월 대보름 달도 다녀갔다. 옛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가장 큰 명절로 여겨 논이나, 달이 잘 보이는 산 능선에 나뭇가지로 높다란 달 집을 짓고 집안의 액운을 태우고 풍년을 기리며 소원을 빌었다.

아이들은 구멍 난 빈 깡통에 숯불을 가득 채워 긴 줄을 빙빙 돌리며 쥐불놀이를 했다. 농사를 망치는 쥐를 퇴치하기 위함이었다.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논두렁에 불을 지피다 산불로 번져 밤새 산불을 끄느라 소동이 벌어지는 일도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지금은 달집을 태우는 집단 모임 행사는 행해지지 않았지만 그 풍습은 지자체 마다 저마다의 규모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정월 대보름 달에 간절함을 실은 탓일까?

요양병원 의료진과 환자들을 필두로 전국민의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드디어 우리나라도 시작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소중한 일상의 꽃을 다시 피우는 그 날이 눈앞에 왔다.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함과 간절한 봄을 맞이하는 들뜬 기분이다.

코로나19 백신접종 1호인 요양시설 요양보호사의 글썽이는 눈물을 보며 그 동안 얼마나 두려움에 떨며 힘들게 그 자리를 지켜왔는지 충분한 교감이 되었다.

특히 인내심이 강하고 가족과 타인을 위해 스스로 규율을 잘 지키는 우리 국민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감동이 더욱 크고 고마울 것이라 여겨진다.

이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고 지쳐 있던 작년 한 해 울산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이웃사랑 실천 및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희망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 탑은 70억을 목표로 했으나 39일 만에 100도 조기 달성을 넘어선 124도를 돌파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려했던 부분을 불식시키고 서로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어 가슴을 데워 주려는 따뜻한 마음의 온도였다.

때 이른 매화가 겨울 바람과 힘겨루기를 하며 딱딱한 각질을 헤집고 피어나듯, 코로나19의 백신을 맞이한 우리의 마음에도 예전과 같은 눈부신 봄이 자리매김 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동안 생업에 대한 절망과 만남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빠른 시일 내 서로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일상을 다시 회복하여 비로소 완성된 희망의 봄으로 활짝 피어 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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