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화두話頭 / 김태운
이 시대의 화두話頭 / 김태운
  • 이시향
  • 승인 2021.03.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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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시간의 간절곶을 소환하면
밤새 동해를 품고 평생의 소원을 하염없이 빌던
하얀 등대가 있다
파도를 향해 파랗게 풍차를 돌리는 공원
바람의 정원이 있다
청실홍실의 정의 같은 소망우체통이 마치
어이 잃은 장승의 사연인 양
머뭇거리고 있다

달 기우는 시간에 그곳에 서면
등대는 문득 허울의 등신불처럼 얼씬거린다
풍차는 고장난 시계처럼 기웃거린다
우체통은 우두커니 불통처럼 비친다
하여간 그런 말머리들이 있다

머얼리 고독한 섬 하나 울렁거린다
그 너머로 죽음 같은 소리
침묵으로 웅크리고 있다
언뜻, 별 하나의
시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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