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 잎
4월 한 잎
  • 이두남
  • 승인 2021.04.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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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꽃잎 진 자리마다 푸름으로 가득 채운 4월은 생생한 색깔과 향기로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토록 눈부신 4월의 한 잎을 누가 달았을까? 이는 자연만이 아는 생명의 힘이다. 봄의 속성은   생명이 생물로서 스스로 탄생할 수 있는 계절적 본능을 내재하고 있다.
봄의 길목에서 서성거린 마음처럼 가벼이 하늘이 열리고 풋내 나던 시절도 4월의 짓이라며 돌아와 내 눈가에 촉촉히 피어난 잎이 시리도록 푸르다. 매 말랐던 가지에 잎이 무성해지자 새들의 합창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다채로워진다.
갓 태어난 아기의 손가락처럼 보드랍게 피어나는 새싹의 손등을 살포시 잡고 응원해 주고 싶다.
 한 잎, 한 잎이 포개어져 다보탑을 쌓고 있는 신록처럼 그동안 만나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고 정겹게 맞이하던 날들이 언제였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
얼음 같은 절망도 녹이며 흐르는 저 질긴 강물이며, 언 땅에서도 생명을 키워내어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는 청 보리가 모두 한줄기 시가 되어 일상으로 흘러 넘친다. 강가에 피어난 수선화는 강물을 더 푸르게 물들이며 눈가를 적신다.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의 섭리는 늘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지만 이 도시에 연일 날아드는 긴급재난문자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두려움과 절망의 꽃잎처럼 드러눕는다.
사회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마저 앗아가 버리고 마스크로 가린 우울증이 대상포진처럼 뜬금없이 솟아나 사위어 지지 않는다.
아무리 아름답던 사랑도 유효기간이 있듯 이 틈에 피어난 봄의 빛깔은 소리없이 소진되어 벚꽃 분분히 날리던 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끝도 없이 멀어져 간 내 집 마련의 꿈, 아르바이트도 허락되지 않는 청년들의 꿈은 이 눈부신 4월의 푸름이 희망으로 다가 올 리 없다. 소상공인들의 한숨 또한 잔인한 4월에도 거두어 가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4월이 오면 절망이란 단어가 말끔히 지워 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겨울이 지나면 기필코 봄은 오고, 하찮은 풀잎마저 봄 바람에 춤을 추는데 이 땅의 청년들은 어떤 계절에 피어날 수 있을 지 요원하다. 내 속에 싹 튼 대상포진은 또 언제쯤 사위어 들 수 있을지 안갯속이다.
 작은 성공에 일찍 도취되었던 K방역은 목소리가 잦아든 지 이미 오래고 하루 확진자수가 700명대를 넘나들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자체 마다 독자적인 방역 실무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방역 피로와 백신 수급마저 차질을 빚어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편 국민들의 생명과 생계가 직결되어 있는 백신마저 정치의 사사로운 득실로 이용하려는 국회의 민낯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한다.
4월 한 잎의 그늘로 이 아픔을 가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푸른 잎들의 아우성보다 더 크고 간절하다.
정부는 백신 수급에 모든 국력을 다하여 방역의 지침을 가장 잘 따르는 우리 국민들이 일상을 회복해서 멀어진 신체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빨리 앞당겨 지기를 바란다.
서머싯 몸은 “삶이 주는 기쁨은 인간이 맞닥뜨리는 모든 고통과 역경에 맞설 수 있게 하고 그것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라고 했다.
비록 힘이 들고 조금은 버거운 세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마음은 4월의 싱그러움에 편승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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