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도시' 울산의 고민은?
'젊은 도시' 울산의 고민은?
  • 정두은
  • 승인 2021.06.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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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국장
정두은 국장

1970년대 산업화 바람으로 근로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젊은 도시’로 불리는 울산시가 고민에 빠졌다. 지역 청년들의 탈 울산 행렬로 ‘매력없는 도시’, 전국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노쇠한 도시’로 도시 위상이 변모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2015년 117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도 갈수록 쪼그라들어 울산시로서는 불안하기만 하다.

부랴부랴 주거안정화 카드를 꺼냈다. 젊은 층을 잡겠다는 거다. 신혼 부부가 입주하면 최장 10년간 임대료는 매월 최대 25만 원, 관리비는 매월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혼인 기간이 10년 이내인 만 19∼39세(부부 중 연소자 기준) 부부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울산도시공사에서 청약을 통해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신혼 부부들이 대상이다. 선거철만 되면 흔히 나오는 ‘반짝 공약’이 아니라 인구 유출에 따른 절박함을 담아냈다.

울산시의 절박함과는 별개로 신혼 부부 주거비 지원책은 파격적이다. 지원 정책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정 기간 어느 정도 효과를 본다고 해도 10년이라는 행정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거다. 울산시의 이 같은 구애가 제대로 실행돼 떠나는 젊은 층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울산의 인구는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만 해도 101만 명에 달했다. 이후에도 계속 불어나 전국에서 매력적인 산업도시로 불렸다. 하지만 2015년 117만 명을 정점으로 최근 5년 사이 계속 내리막길로 줄달음치는 모양새다.

행정안전부가 5월 집계한 울산의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112만7175명에 이른다. 1년 전 보다 1만5973명이나 감소했다. 인구수는 국비 지원액 규모를 달리하는 기준이다. 울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SOC사업도 결국 인구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울산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결혼과 출산 기피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이야 전국 시도의 공통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울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터이다.

문제는 전국적인 저출산 현상에다 젊은 층의 수도권 유출까지 겹치면서 ‘지방 소멸론’으로 치닫고 있다는 거다. 지역의 20·30대 젊은 층이 교육 기회나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은 그만큼 도시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올 5월 기준 울산시의 평균 연령은 41.9세다. 지난해 41.2세보다 0.7세 많다. 10년 전인 2011년 5월(36.2세)가 비교하면 5.7세 높다. 17개 시도 중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세종(37.5세) 광주·경기(41.6세)에 이어 세 번째로 젊어 여전히 전국 최상위권의 젊은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젊은 층의 탈 울산 행렬로 언제 ‘젊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내 놓을지 모를 일이다.

이 점에서 최근 울산 경남이 지역 인재 양성에 손을 맞잡았고, 울산을 포함한 영호남 시도지사들이 지방 소멸의 위기감에 정년 정책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울산시가 올해 초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일자리센터를 서둘러 개소한 것은 실로 잘한 일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한 뿌리에서 출발한 울산 부산 경남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든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 메가시티(광역특별연합) 출범을 알린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재정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거대 수도권에 맞서 3개 시도가 800만 주민 공동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합동추진단이 구성되고 사무소가 선정되는 등 후속작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울산은 메가시티 출범에 맞춰 부유식 해상풍력, 수소산업 육성 등 미래 먹거리 신산업 확보와 시민 삶의 질 개선 등 재도약의 기틀 확립에 매진하고 있다. 저출산에다 젊은 층의 수도권 유출로 위협받고 있는 지역 생존을 위한 ‘일자리 전쟁’이라는 점에서 지켜봄직하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도시, 젊은 층과 일하는 사람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이 기를 쓰고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인구 유출 가속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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