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이콘 세대 ‘바늘구멍’ 취업문에 망연자실
울산 아이콘 세대 ‘바늘구멍’ 취업문에 망연자실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7.2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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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지난 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아ㆍ이 시대 가장 아픈 손가락 전락
울산 채용박람회(자료사진)

[울산시민신문] # 이모(31)씨. 그는 오랫동안 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또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그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1년, 혹은 몇 개월, 단지 며칠 차이로. 그는 닫힌 문 앞에서 어쩔줄 모른 채 망연자실 서 있다.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 김모(29)씨. 2년 전 졸업한 취준생인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에 “나뿐만은 아니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스스로에게 던졌다.

MZ세대로 불리는 울산 청년층의 고용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4년 간 고용률은 계속해서 추락했고 실업률은 코로나로 인해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코로나 이후 기업들이 취업문을 닫은 탓에 신규 대졸자 및 대졸 예정자들의 취업은 ‘바늘구멍’으로 전락했다. 사회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변화의 아이콘 세대라고 일컫는 MZ세대들이 이 시대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청년고용률은 2017년 40.9%, 2018년 40.4%. 2019년 39.1%, 지난해 37.6%로 4년 내리 감소세를 나타냈다. 올들어서도 2/4분기 청년고용률은 34.0%로 전국 평균보다 10% 낮은 최하위다. 울산의 청년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2017년 8.5%, 2018년 9.8%, 2019년 8.8%, 지난해 11.6%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게 기록됐다.

일자리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취업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학교 교육을 마치고 사회 경력을 쌓기 위해 고용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 취업의 문이 열리지 않는 상태는 갈수록 장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락다운(Lockdown)’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문 대통령은 석 달여 전 국무회의에서 “청년들이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코로나 세대’로 불리며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그 어려움을 빨리 해소해주지 못하면 이른바 ‘락다운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로 인해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년들이 사회에 설 기회가 봉쇄됐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후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 빙하기를 맞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 504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10곳 중 4곳에 불과했다.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이 33.9%, 채용계획 없는 곳이 25.8%였다.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곳도 37.4%가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취업문을 꽁꽁 걸어 잠그면서 청년층 일자리는 증발하는데, 정부와 울산시는 코로나19 고용대책과 관련해 재정을 동원한 노인 일자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2년 간 울산지역에서는 60대 이상 고령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6월 7만6000명, 지난해 같은 기간 8만4000명, 올 6월 9만 명으로 2년 새 18.4%(1만4000명)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일자리가 일시적 진통제가 아닌 청년들에겐 ‘사회적 백신’이 돼 양질의 민간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교육·훈련과 연계하고, 정규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울산시는 2030년까지 양질의 일터와 일감을 청년들에게 제공하고 살기 좋은 삶터를 조성해 인구 13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울산형 인구증가 대책을 내놨다. 또 울산 청년들의 취업 확대를 위해 경남도와 ‘지역 인재 채용 광역화’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인구 증가 대책은 이미 내놨던 정책들을 백가쟁명식으로 나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역인재 채용협약은 울산 청년들의 공공기관 취업 문턱을 좁혔다는 반대 여론도 비등하다. 울산은 5개 대학에 졸업생 수가 매년 6500여 명인 반면 경남은 23개 대학 2만여 명에 달해 수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종섭 울산시의원은 “인재 채용 광역화는 청년 채용 기회 확대와 대학 경쟁력 향상이 기대되지만, 이에 반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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