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한여름 밤의 꿈
  • 이두남
  • 승인 2021.07.28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중복을 지나 말매미 소리가 쟁쟁 귀를 갉아 먹는 한여름, 쌉쌀한 소나무 향이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잊게 하는 곳이 있다.

굽은 노송이 고뇌로 가득 찬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가볍게 해주는 소나무 숲은 어지러운 잡념을 없애준다.

노송은 먼지 낀 하늘을 먼저 닦아내어 더욱 청명하고 한여름의 푸름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희망으로 가득하다. 여름의 일들이 지난 겨울의 일인 것처럼 하얗게 쌓이다 사라진다. 오래전 지나쳤을 선조들의 흔적인가, 이끼가 낀 바위마다 애달픈 이름으로 음각이 드러난다. 무엇을 위해 태어나고 또 무엇을 이루고 먼 길을 떠났을지 잠시 상념에 잠긴다. ‘너는 무엇을 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라고 이 길이 던지는 물음에 나는 저 고송처럼 세파의 바람에 흩날리며 덧없는 춤을 추고 있을 뿐이라고 말할 뻔했다.

요즘 여, 야 할 것 없이 대선 국면이다, 모두가 내가 아니면 나라를 번영시킬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며 네거티브 전으로 상대를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알게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아비규환 같은 세파를 바라보는 노송의 지혜는 무엇일까?

노송 가지의 바람이 멎지 않듯 인간의 고뇌의 바람 또한 멎는 일이 없음을 아는지 이 길을 지나칠 때마다 그늘을 만들어 시원한 쉼터가 되어 준다. 진진머리 장단으로 춤을 추며 스치는 한 무더기 바람도 긴 오후의 햇살을 식힌다.

일 년 중 가장 무덥다는 중복을 지나면 학교도 직장도 여름방학이나 하계휴가를 맞는다.

부지런히 일하고 공부한 사람에게 쉼표 같은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사이, 계절과 계절 사이, 그리고 일 년을 연결하는 사이 사이에 우리는 쉼표가 필요하다.

쉼표는 신이 준 선물이다. 휴식은 다시 힘을 내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쉼표를 마침표로 바꾸지 말고 쉼표를 쉼표답게 잘 사용하여 내일을 위해 힘을 축적해야 한다. 쉼표는 자신에게 베푸는 최선의 보약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뜨겁게 달궈진 신작로 옆으로 무궁화 꽃이 한반도의 꽃임을 되새기려는 듯 반만년 역사를 담은 채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편 일본 도쿄 올림픽 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 범 내려온다는 문구와 함께 한반도 모양의 호랑이가 그려진 현수막이 더욱 눈부시다.

현수막 아랫부분에 그려진 무궁화가 독도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호랑이의 용맹과 나라꽃인 무궁화를 새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임을 응원하는 메시지일 뿐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악의적이다.

지난 23일 관중, 축하, 감동이 없는 3의 2020년 올림픽 개회식과 함께 도쿄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우울, 불안과 열대야로 한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첫 금메달 소식을 전해준 것은 양궁 혼성 단체전이다17세 무서운 막내의 경기 전날 꿈은 용꿈도, 돼지꿈도 아닌 뱀 꿈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꿈을 길몽이라 여기고 경기에 임했다. 그 결과는 그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져 가장 높은 곳에서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휘날렸다. 그의 힘찬 화이팅은 한반도 곳곳에 울려 퍼져 지친 국민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코로나 19의 펜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을 준비한 국가대표들은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짐작이 되고 남는다. 일 년을 연기한 올림픽이었고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 19의 위기는 그들이 꾸었던 꿈의 무대가 한낮 꿈으로 끝나게 될까 두려움도 컸을 것이다.

비록 경기중에 울려 퍼지는 환호와 응원은 없지만 그들의 무대는 그들의 꿈으로 가득 찬 무대이며 꿈의 도전이다. 오직 올림픽을 위해 쉼표 없이 달려온 그들에게 한여름 밤의 꿈이 길몽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삶에 두려움이 없기보다는 그 두려움을 어떻게 잘 극복해 내느냐에 따라 행복의 지수는 달라진다. 자신의 사명과 목적이 뚜렷하다면 어떤 두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이 극한의 두려움을 잘 극복하여 기쁨과 환희에 찬 한여름 밤의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