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 이두남 발행인
  • 승인 2021.08.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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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어느덧 삼복이 줄지어 지나가고 밤과 낮의 온도 차이를 온몸으로 방어해야 하는 처서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기가 느껴지는 에어컨과 찜통 더위의 간극이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규정한다면 애초 한여름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이라는 노랫말처럼.
그렇다면 여름은 분명 향수보다 휘발성이 강한 사랑일 것이다.
화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타 들어가는 동안 과실수에 매달린 열매들은 아이의 주먹처럼 불끈 단단해지는 중이다.
펜데믹의 피서는 카페인이 진동하는 까페 한 구석의 고소한 에스프레소에 취한 채 머문 기억 뿐이다. 가끔은 오랜 미라처럼 불쑥 드러난 클래식 음향이 스피커를 타고 이명처럼 뇌를 엄습하도록 방치하기도 한다. 그러다 애초 합리적인 줄거리는 있을 것 같지 않은 한여름 이야기 초고에 매몰되어 휴가마저 반가울 리 없다.
이를테면 달력을 넘기지 않아도 흐물흐물 무른 시간 위로 떠내려 가는 8월을 못 본 듯 지나치기는 아쉽다.
한편 일 년을 연기한 후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은 염천의 더위보다 더 뜨겁게 지구촌을 달구고 막을 내렸다.
이 번 올림픽은 그동안 코로나로 닫혔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고 지금까지의 올림픽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그로 인해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패자의 좌절과 눈물이 아니라 승자를 향한 축하와 존경을 표하는 성숙한 자세가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아쉽게 메달을 놓치고도 결과에 만족할 줄 알고 미련없이 즐겼다는 청년다운 제전으로 미래에 대한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긍정적인 자세가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을 존중하고 그 정신을 되살리면서 선진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큰 쾌거이다. 최선을 다한 후 그 결과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해 주고 또한 패자를 위로해 줄 때 스포츠 정신과 그 사람의 진가는 비로소 결정된다.
옥석은 용광로에서 가려지고 인간성은 시련 속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금메달만큼 값진 그들의 멋진 성장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과 새로운 희망을 암시한다.
올림픽 경기로 무더위도 잊은 날, 한동안 지구촌 곳곳을 감동으로 달구었던 시바타 도요 할머니 시인의 ‘약해지지 마’ 라는 시가 떠오른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 짓지 마 /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거야 / 나는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시인의 시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불 태우는 감동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타인을 응시하는 시간은 많지만 자신을 응시하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자신 이어야 한다.
살아가는 일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도쿄 올림픽에서 국적을 불문한 MZ세대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 받는 이유는 승패에 연연 하지 않고 올림픽이라는 지구촌 축제를 즐기는 모습 때문이다.
힘든 일상의 연속이지만 절대 약해지지 말고 고난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을 성장의 계기로 깨달아 가는 일이 바로 행복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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