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 김태운
네가 저토록 붉게 물들인 까닭은
저물녘 천길 벼랑 끝에서 통곡하고 있는 것이더냐
피를 토하는 회한悔恨이더냐
아님, 이승의 자궁이 품은
환생의 통증이더냐
저 진통陣痛이 만약 내생의 나를 위한 몸부림이라면
오늘만큼을 꼬박 밤을 지새우련만
시커먼 창공에서 나를 닮은 별 하나
두루두루 뒤져보련만
삼백예순 오름을 헤매던 노루의 기억을
어설피 이식해서라도
만년을 아득바득 은하를 품은
백록에게 졸라서라도
기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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