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ㆍ냉탕 넘나든 부울경 광역철도
온ㆍ냉탕 넘나든 부울경 광역철도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1.09.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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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국장
정두은 국장

엊그제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메가시티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부울경 단체장들은 경제공동체 원팀을 선언하고 경제공동체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포럼은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는 성장축이자 경제공동체인 부울경 메가시티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포럼에선 부울경 13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메가시티 인식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상공인들은 부울경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광역 대중교통망 구축을 꼽았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도 800만 명이 거주하는 부산 울산 경남을 한울타리로 묶기 위해 지난 7월 부울경 광역철도망을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했다. 부울경 광역철도망 구축사업은 부산 노포에서 양산 웅상을 거쳐 울산 무거 및 KTX울산역에 이르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50㎞를 깔기 위해 국비 7442억 원과 지방비 3189억 원 등 모두 1조631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광역철도망 구축이 온탕과 냉탕을 넘나드는 엇박자 행보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가 선도사업으로 확정한 지 사흘만에 기획재정부가 민자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광역철도가 건설될 것으로 알고 있던 울산과 부산, 경남으로서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정부가 지난달 17일 부울경 광역철도망을 선도사업으로 확정한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자 울산을 포함한 부산, 경남은 한껏 고무됐다. 울산시는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만큼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다른 사업보다 빨리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은 "국가 미래를 위한 균형발전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부울경 광역철도가 메가시티 초석을 다지고, 나아가 동남권이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반겼다.

그런데 그로부터 사흘 만인 그달 19일 느닷없이 기재부가 민자 방식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울경은 당황했다. 기재부가 광역철도 운영주체인 해당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뒤집었기 때문이다. 부울경으로선 뒤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셈이다. 사흘 전 이 노선을 ‘비수도권 광역철도 선도사업’으로 선정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내색않던 기재부가 민자사업 방식을 꺼내자 울산시 등 부울경 관계자들의 첫 반응은 “당황스럽다”는 것이었다.

기재부가 민자사업을 우선 검토하는 이유는 국가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완공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철도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데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면 사업 진행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다 국가 재정으로 진행될 사업이 민자로 추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시민 부담 가중이다. 그동안 민자사업으로 구축된 교통 인프라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실제로 민자로 건설된 울산대교와 염포산터널의 경우 해마다 요금인상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염포산터널의 경우 최근에도 동구 주민들의 무료화 요구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부울경 광역철도는 내년 상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의 핵심이다. 3개 시도가 공동 건의한 김해 진영과 울산역을 연결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와 연계하면 부울경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 조성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수도권 쏠림현상을 극복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앞당기는 국가전략이다. 메가시티 지원 범부처 TF팀을 발족한 정부도 내달 범부처 지원 방안을 확정·발표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렇다면 부울경 광역철도 사업은 메가시티 취지에 맞게끔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지자체인 울산과 부산시, 그리고 경남도의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 추진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와 주민 의견 수렴은 뒷전이다.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배제는 여전한 듯하다.

정부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를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이유는 지역 균형발전 및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할 때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가시티 구축의 초석이 될 광역철도 건설 속도가 빨라진다며 반겼더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한 뿌리에서 출발한 800만 부울경이 메가시티 초석을 다지기 위해 기다려왔던 광역철도망 사업이 오는 2026년 첫 삽을 뜨는 데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2029년 준공하겠다는 계획에 맞춰 주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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