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딸 / 허유미]
섬 너머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 주면
청보리밭 사잇길 휘파람은 길어지고
휘파람 끝에 해녀복을 깁던 엄마
너울너울 팔을 흔드시네
자전거 바퀴 원주보다 크게 크게
빈 고둥 속으로 노을이 모이고
엄마 발밑 성게 껍질 무더기 위에
육성회비 고지서 반듯이 접혀 있네
손가락 마디마디 파도 자국 주름진 손
골라낸 성게 알은 소금기에 그을린 얼굴처럼 붉고
나는 어제보다 봉긋한 가슴으로 엄마를 불러 보네
[시집:우리 어멍은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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