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나무 우듬지 / 박해경
오래된 버들나무 한 그루 쓰러져 우듬지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__ 자르지 왜 저렇게 두는지
__ 보기 싫다 베어 버리지
한 마디씩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들나무
__ 제 우듬지에는 물새가 알을 품는 둥지가 있고요. 다슬기가 알을 낳아 놓기도 하지요. 가물치에게 쫓기던 송사리가 숨기도 하고요. 선바위에서 힘차게 내려오던 큰 물줄기도 제 품 안에서 잠깐 숨 고르기를 해요. 왜가리는 잡아 온 물고기가 어떠냐며 보여 주기도 하고 청둥오리 가족이 쉬어 가기도 해요. 연어 떼 까마귀 떼 언제 찾아오는지, 백로는 언제 알을 낳는지 다 알고 있어요. 헤엄치며 노는 수달에게는 제가 아주 좋은 놀이터이지요.
이래도
저를 자를 수 있겠어요?
* 버들나무: 버드나무
- 한국안데르센상 창작동시 최우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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