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기리며
한글날을 기리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1.10.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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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파란 가을 하늘 위로 목화솜이 송이송이 날아다니고 양 떼도 우르르 몰려다닌다. 이런 뭉게구름을 보면 내가 목동이 되어 양 떼와 달리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초원을 뒹구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 구름 속에 에디오피아의 한 목동 칼디가 떠오른다. 6-7세기 즈음 염소들이 작은 나무에 달린 붉은 열매를 먹은 뒤 흥분하여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목동이 그 열매를 따 먹었는데 상쾌하고 활력이 솟구치는 기분을 느껴 인근 수도원에 알렸지만 두려운 마음에 악마의 열매라고 여겨 불 속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열매가 불에 타면서 향기롭고 특이한 냄새가 나 이때부터 수도사의 밤 기도에서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시게 됐다는 유례가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1위라는 사실과 함께 매일 마시는 커피에 이런 유례가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거니와 우리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자부심 또한 만만찮다.

 새삼 느끼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하늘이 이토록 서정적일 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만경창파를 보는 듯하다. 어느덧 붉디붉은 꽃무릇도 지고 꽃잎이 파랗게 피어났지만 애달프게도 한 몸에서 자라지만 보고 싶은 꽃은 단 한 번도 서로 만나지 못하는 엇갈린 운명을 지녔다. 마치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한글과 멀어지고 있듯 그렇게 말이다.

 한글날을 지나면서 잠시 우리말을 생각해본다. 지난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수백 년 뒤를 내다본 정보 통신 대왕이 아니었나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26개인 알파벳은 한글과 같은 소리 문자이고 조합도 쉽지만 ‘A’라도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나라별로 독음이 다른 단점이 있다. 그러나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하나의 소리만 갖는다.

 중국과 일본어만 보더라도 3만 개가 넘는 한자를 자판기에 올릴 수 없어 발음을 영어로 묘사하여 화면에서 한자어 또는 일본어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판을 이용해 최대 다섯 번은 눌러야 글자 하나가 구성된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우리는 5초면 되는 문장을 중국과 일본은 35초가 걸리니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 배가 빠르다고 한다. 정보통신 시대에 이 얼마나 큰 경쟁력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한글의 우수성에 감탄할 따름이다  
또한, 어휘 조합 능력도 가장 다양하여 소리 표현도 그 어느 글자보다 광범위하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든 글자이므로 가장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어서 세계의 문자 중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종대왕이 백성과 우리 민족의 먼 미래를 위해 만든 한글이 지금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보도되었듯 상가의 간판도 열 개 중 한, 두 개만 한글로 된 것을 찾아볼 수 있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외래어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는 것마저 이상하지 않고 당연한 듯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 매우 안타깝다. 82개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한글의 대중성을 통한 K-POP은 물론 4차 산업의 빅 데이터 등 컴퓨터를 통하여 성장을 선취할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월드 베스트 1위를 차지하는 것도 한글 덕분인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전 세계에서는 한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외면하고 있는 같아 그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오랜 시간 혹독한 시험을 견뎌내고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창제하신 한글이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요즘 지역의 주요행사나 관광지의 주요 시설도 한글 이름으로 변경하는 추세다. K-POP, 영화, 드라마, 등으로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높아져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새로운 한글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미술가의 전시회 또한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등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가 한글을 더 사랑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래어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젊은이들이 줄임말을 만들어 변형되면서 한글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지만, 우리의 한글 사랑으로 아름다운 우리말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사계절 중 가장 푸르고 아름다운 가을 하늘처럼 그 우수성의 높이와 넓이를 측정할 수 없는 우리의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어 모든 지구인이 우리 한글을 예찬하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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