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가는 길 / 이형곤
갈등은
길 왼편 낭떠러지 아래 있었다
등나무 군락지를 침범한 칡넝쿨
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설켜
그야말로 돌려놓을 수 없는 갈등의 숲이 되었다
붓다께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라 했거늘
좀 얽히면 어떻고 설키면 또
어떠랴
살아간다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금정 팔경 중 첫 번째인
어산 노송 아래를 지나
일주문 앞
석양에 불타는 아기단풍나무
한 그루 독경소리 배경 삼아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적멸(寂滅)에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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