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분음표의 반란
16분음표의 반란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1.12.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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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콩에서 콩나물이 되기까지 콩은 한 방울의 눈물도 가두지 못했다. 콩 시루 위에서 서성이는 16분음표는 끊어질 듯 가냘픈 음역대로 맹물 같은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꽁지에 지느러미가 자라기까지 한 생이 토해낸 기억뿐 노란 악보가 머리채 뽑혀나가기까지 깍지 같은 표정을 벗어 던져야만 했다. 되돌아보면 콩깍지 씌었던 청춘 한때 짝사랑했던 음악 선생님도 이 음역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비록 흙에 발이 닿지 않아도 음역의 등고선까지 밀어 올리다 보면 고봉밥 같은 한 생이 가지런히 뽑혀 나갈 뿐 누구를 얕보거나 짓밟아 본 적도 없었다. 콩 시루 위에서 콩나물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많은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했다. 모양, 색깔, 이름표까지 바꿔 달고서야 높은음자리표에 먼저 도달해 웃자란 콩나물은 먼저 뽑혀나갔다. 이젠 콩나물보다 더 뜨거운 쉼표에 도달했을까?

이처럼 식물과 자연은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 계절이 바뀌어 때가 되면 전력을 다해 싹을 틔우고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물러가야 할 때라고 생각되면 미련 없이 버리고 조용히 자리를 내어준다.

세밑 추위에도 후끈 달아오르는 대선의 정쟁이 코로나 19의 변이 바이러스처럼 네거티브로 변질되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 인격과 윤리가 흐려진 대선이 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지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누군가를 짓밟지도 얕보지도 않고 서로를 밀어 올리고서야 비로소 정상에 도달하는 콩나물과 대조적이라 연약한 식물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노자무위 (老子無爲)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유위 (孔子有爲) 공자처럼 행하라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재앙으로부터 어수선한 세상의 한 가운데서 무위와 유위의 리더십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인생을 부지런히 챙기려 드는 공자와 자연에 맡겨버린 노자의 이야기다.

어느 날 공자가 노자를 만나러 갔다. 제자들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노자와 독대를 했다. 공자는 위의 (威儀)를 바르게 하고 질문을 했다. “선생께서는 인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노자 가로되 ”인격은 비인격적일 때 인격을 운위하는 법이라오“

공자가 다시 물었다.
”선생께서는 윤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자가 답하여 가로되 ”윤리란 비윤리적일 때 윤리를 말하는 법이요“

공자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공자의 가르침이 이쪽으로 가라 저쪽으로 가라고 줄을 바로 세우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면 노자는 가만히 두어도 길을 걸을 때가 되면 걷고 먹을 때가 되면 밥을 먹으니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노자의 부드러움과 낮춤의 철학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강한 것은 남을 부러뜨리지만 결국은 제가 먼저 부러지고 만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것을 물리치는 힘은 부드럽게 몸을 낮추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유연한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으로 지금의 난국을 이겨낼 수 있는 지도자를 우리는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자꾸만 뒤돌아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아쉬움이다.

무언가를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추위에 조아린 마음만큼 한 해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코끝이 시리다고 느껴지자 해마다 내 콧대가 자긍심만큼이나 낮아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이를 먹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선명한 나이테는 또 누가 그어놓았을까?

언덕배기를 부여잡고 몸을 감추어 버린 잡초들은 봄의 꿈에 젖어 있겠지만 나의 봄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일까?

위드 코로나에 아슬하게 매달린 마지막 달력만큼이나 초조한 마음에 염치도 없는 찬바람은 속절없이 헤집고 들어온다.

콩이 콩나물이 되기 위해 콩이 가진 딱딱함을 내려놓아야 부드럽고 노란 16분음표의 음절을 낼 수 있듯 차가운 쇠 가슴이 아니라 따뜻한 흙 가슴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어느 때보다 혼탁한 대선 경쟁이 신음하는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여 잔뜩 웅크리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날개짓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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