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엘리지 / 이형곤
해운대 엘리지 / 이형곤
  • 이시향
  • 승인 2022.01.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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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엘리지 / 이형곤]


스멀스멀 피어나는 물안개가
꽃댕강 향기에 취해 휘청거리는
달맞이 고갯길에
정작 달은 부재중인 밤
까마득한 마천루 불빛이 
별빛 인양 도도하게 깜빡거리고
칠흑 같은 밤바다엔
파도가 삼켰다 뱉어놓는 수영금지 구역 부표들만
하얗게 질려서 허우적거린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믿었던 사랑도 변하고
질주하는 현실의 속도감에
아뜩한 현기증과 삶의 환멸을 느낄 때면
밟히고 차여서 더 빛나는 백사장
처럼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거라고, 
정작 위험한 것은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며 과속이라고,
거듭거듭 다가와서 속삭이는
파도 소리가 
지난날 어머님의 다독임 같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해운대의 밤,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발길들을
의식이나 하는지 
외로운 버스커가 열창하는 해운대 엘리지 구슬픈 곡조만
차가운 밤바다를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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