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소중한 것 / 이시향
보다 소중한 것 / 이시향
  • 이시향
  • 승인 2022.01.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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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소중한 것 / 이시향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을 가기 전에 한라산을 성판악 코스로 처음 올라갈 때의 일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버스를 타고 한라산 성판악 입구에서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2시간 넘게 걸어가다 돌에 걸려 넘어져 손바닥이 조금 다쳐 포기하고 돌아 내려오고 싶었지요.

  왜냐하면, 혼자 갔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어서 방향만 바꾸면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백록담을 보고 싶고 여기까지 온 것도 아쉬워 진달래 군락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올라갔지요.

  얼마 가지 않아 진달래 군락지를 만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백록담을 보리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돌에 걸려 넘어졌던 왼쪽 엄지발가락이 많이 아파 신발을 벗고 봤더니 발톱이 피멍 들고 발가락이 퉁퉁 부어있었지요.

  앞으로도 올라갈 길이 많이 남았고 또 내려와야 하는데 계속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이 정도는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왼쪽 다리를 절뚝이며 계속 올라가는데,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시던 어르신께서 왜 다리를 절뚝이느냐고 물어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지요.

내 얘기를 다 들은 어르신이 말하기를 정말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조금 가치 없는 것 부질없는 것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며 제 다리가 중요하냐, 백록담을 보는 것이 중요하냐 물어보더군요.

백록담은 언제든지 또 볼 수 있지만, 다리는 한번 잘못되면 평생을 스페어가 없는 하나뿐인 몸이고 삶이라며 뒤돌아 내려갈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말씀하시고는 천천히 올라갔지요.

 오십 중반을 넘기며 저에게도 안 좋은 일과 결과들이 뜨문뜨문 때로 겹치기로 다가와서 몸과 마음 힘들게 했지만, 그때 어르신이 해준 말이 큰 교훈이 되어 부질없는 것에 붙들려 가장 중요한 “지금”을 낭비하고 하찮은 것에 붙잡혀 내 소중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은 결국 내 인생을 아프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지요.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계획되었던 일들이 뒤틀리고 자꾸 넘어지다 보면 평정심을 잃어 왜 나만 이럴까? 하는 불평불만이 쌓이게 되고, 주위의 여러 사람과도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예전의 내 얼굴이 아닌 것처럼 어색해 져가는 것을 느끼며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하찮은 것에 붙잡혀 내 소중한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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