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2월 출범 물 건너 가
부울경 메가시티 2월 출범 물 건너 가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2.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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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정부가 이달 중 예고한 부울경 메가시티(가칭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간 듯하다. 특별연합 청사 소재지를 두고 3개 시·도가 이견을 빚어 규약(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사 위치 선정을 놓고 셈법이 서로 다른 시·도가 두드리는 계산기 소리는 메가시티 출범 의지가 실종된 징후이고, 출범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신호음이 된 것이다.

800만 부울경이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선택한 게 메가시티다. 재정이든, 인력이든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서 초광역도시로 거듭나자는 그랜드 비전이다. 그런데 출범도 하기 전에 집안 싸움으로 갈등 양상을 보여 메가시티가 성공적으로 조성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부울경 메가시티 규약안은 메가시티 통합사무 확정, 청사 소재지 결정, 특별지자체장 및 연합의회 의장 선출 등을 담고 있다. 규약안이 마련돼야 3개 시·도가 20일 간 행정예고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이후 시·도 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으면 국내 첫 메가시티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역사적인 출범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이를 위해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은 지난해 말 58개의 통합사무와 100개 사업을 확정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부울경 각 9명씩 균분한 27명의 연합의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청사 소재지를 놓고 시·도 간 협의는 중단돼 메가시티의 이달 중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남도는 김해나 양산에 청사를 유치하려는 반면, 울산시는 KTX울산역 주변을 밀고 있다. 부산시는 울산과 경남이 합의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부산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 경남에서는 부산 47명, 울산 22명, 경남 58명인 광역의회 의원 수에 비례해 연합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앞서 합의된 연합의회 구성 비율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경남 인구 335만 명, 울산 112만 명인 점을 내세워 인구 비례에 의한 차등 배분을 통해 연합의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출범에 앞서 더욱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10일 3개 시·도 광역의회 대표자 회의가 양산에서 열려 청사 소재지와 연합의회 의원 정수 등 규약안의 핵심 과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다음 주에는 시·도 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장이 참가하는 6인 회의도 예정돼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은 2월 출범은 불가능해졌다고는 해도 부울경 주민들의 지역발전 염원을 위해서라도 3개 시·도의 전향적인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연속 회동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메가시티 출범은 큰 차질을 빚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시·도 단체장과 의회 의장들이 늦어도 현 정권의 임기 내에 메가시티 출범이 가능하도록 책임감을 갖고 타협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추진 일정이 자칫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면 메가시티를 위한 다양한 혜택은 커녕 출범조차 장담할 수 없어서다.

특히 대선이 끝나고 6월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단체장·의원 출마자들이 청사 유치를 공약으로 내 걸 공산도 커진다. 그럴 경우 사안이 공약 이행 차원으로 확대돼 청사 소재지를 결정하기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국내 첫 메가시티 시도인 만큼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려면 출범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출범이 양대 선거 이후로 미뤄진다면 차기 정부가 현 정부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지도 불투명하다. 한시기구인 부울경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 활동 시한이 오는 7월 초로 못박혀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특별연합 실무 자체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491조 원, 광역·순환철도로 이어진 1시간 생활권대를 꿈꾸면서 청사 문제에 발목 잡혀 오도 가도 못한다면 비웃음을 사지 않겠나. “그러면 그렇지” 하는 수도권론자들의 비아냥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이번 만큼은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를 버리고 협치를 통해 모범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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